그림 그리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

바이올린을 25년간 전공한 정통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
바이올린 연주뿐만 아니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우리나라 최초의 멀티 아티스트를 꿈꾼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미술과 음악을 접목시킨 강연, 해설이 있는 음악회, 여러 매체에 예술칼럼 기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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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의 < Connect Art >

 

한국에서 예술을 공부 한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몇 십 년에 걸친 부모님의 희생과 뒷바라지, 악기 관리비, 렛슨비, 학비 등 쉬지 않고 들어가는 경제적인 부분,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연습에 쏟아 붓는 시간, 클래식 음악이라는 외길로만 가다 보니 좁아져 가는 시야와 인맥…

제가 예술을 전공하고자 마음먹고 공부하고 연습한지 20여 년도 훌쩍 지났습니다. 한국에서 예술을 전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두 지나는 그 길을 저도 걸어왔습니다. 일명 ‘엘리트 코스’라고 불리는 예중, 예고, 서울대 졸업, 졸업 후에 바로 신의 직장이라는 공무원의 신분으로 오케스트라 취직.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길을 쉬지 않고 걷고 뛰고 넘어져가며 그 길의 끝에 도착했더니 허무함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나의 젊음, 시간, 에너지 등 많은 것을 포기하고 참아가며 걸어온 길인데 막상 그 끝에 와서 보니, 예술가라는 이 세상에서 제일 자유롭고 멋있고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는 사람들이 틀에 갇힌 채 직업을 선택하고, 지금까지 수십년동안 선배들과 선생님들이 그래왔듯이 똑같고 재미없는,무척 좁은 길로만 방향을 잡고 활동을 해야 정상으로 취급 받는 상황이 무척 안타깝고 답답했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호기심 많고 개성 강하던 제가 무미건조하고 평범한 사고를 하는 예술인이 되어가는 것도 무척 안타까웠구요.  

그러던 차에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2012-2014년, 미국 중부에 있는 인디애나로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화려하고 벅적벅적한 뉴욕 같은 곳도 있지만 제가 있던 곳 인디애나는 옥수수 생산지로 유명한 청정 시골 지역입니다. 예술가로써 자연과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영감을 얻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인데 조용하고 동화 속 마을 같은 그곳에서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과 문화와 예술을 접할 기회를 얻고, 혼자 생각하고 상상하는 시간을 보내며, 온 몸으로 외로움과 싸우며 2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시간 덕분에 저는 많이 배웠고 상당 부분이 달라졌고 더욱 창의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귀국한지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그 동안 머릿속에서만 구상하던 저의 예술세계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도 강해졌습니다. 평소의 저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 관심이 많아 클래식 음악회뿐만 아니라 대중 가수들의 콘서트, 미술 전시회나 춤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닙니다. 또 다른 예술가들로부터, 일상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곡을 하고, 저만의 개성을 담은 그림도 그리고, 예술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준비를 하며 실력을 갈고 닦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의 예술성과 감수성을 다양한 출구를 통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그저 표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좀 더 내어 제가 가진 음악과 미술에 대한 재능을 접목시켜 새로운 개념의 예술장르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명곡과 명화를 짝지어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저는 좀 더 차별화를 두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면 브람스의 음악을 듣고 그에 대한 감상을 그림으로 표현 해낸다든지, 고흐의 그림을 보고 자작곡을 지어내는 식으로요. 최종적으로는 그림과, 바이올린 연주와, 작곡과, 해설을 하는 예술계의 멀티 플레이어가 되려고 합니다. 생전에는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하고 평생 가난에 시달렸지만 후대 사람들에게 천재라고 추앙 받는 반고흐도, 길고 긴 무명시절을 이겨내고 팝아트의 거장이 된 앤디 워홀도 ‘예술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동시대의 고정관념을 당당히 깨며 자신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낸 작업을 하였습니다. 제가 지금 구상하는 작업도 그 맥락을 이어간다고 볼 수 있겠지요.

바이올린을 25년 동안 전공한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는 것이 어찌 보면 용감하고 허무맹랑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슴을 뛰게 하고, 내 삶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고 여겨지는 일이라면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감성과 열정이 대중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면 그것보다 행복한 일은 없겠죠.

2015년 7월 2일
< 학력 및 경력 >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 학사 졸업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 석사 졸업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역임


-인디애나대학교 음악대학 연주자과정 졸업 (Excellence Artist Scholarship 장학금 수혜)


-New Music Ensemble 객원 악장 역임


-남부교육청 강남영재원 강사


-서초혁신교육지구 소속 음악 강사


-2017년 서울문화재단 지원 아티스트로 선정

< 강연 경력 >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 클래식 음악과 함께하는 멘토링 > 다수 진행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을 위한 힐링 콘서트 < 네 삶을 노래해 > 다수 진행


-삼성인력개발원, 이화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울산시청, 용인교육지원청, 국립외교원, 여성인력개발센터, 분당발전본부, 명지대학교, 북한이탈청소년교육학교 여명학교, 국민건강보험공단, 삼성증권에서 < 음악과 미술을 결합한 예술 강의 > 다수 진행


-해설이 있는 음악회 < 사계절 콘서트 >, < 예술 속 여성들 >, < 비타민 클래식 >, < 유레카 클래식 >, < 오감 클래식 > 등 다수 진행


-조선닷컴, 다음, 청소년 교육신문 에듀인, 미래에셋에 예술 칼럼 기고


-월간 음악 잡지 < 피아노음악 >, < 스트링 앤 보우 > 객원 기자


-클래식 공연 해설자, 국공립 기관, 대기업 강연자로 활발히 활동 중

 

 

한지현/양윤정 듀오 콘서트 해설

예술의전당

초콜릿 부띠크 < 막심드파리 > 뮤직 큐레이팅

매장 뮤직 큐레이팅

< 그림 그리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 > 인터뷰

음악저널 2018년 5월호

국립외교원 렉처 콘서트

< 오감 클래식 -오감을 통한 자아탐구 > 주제로 렉처 콘서트 진행

서울문화재단 지원 공연 1 < 박제된 여자들 >

2017년 11월

서울문화재단 지원 공연 2 < 삭제된 여자들 >

2017년 11월

피아노 사중주 디나미스 공연 해설

금호아트홀

< 내 안의 예술성 깨우기 > 특강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성, 창의성 계발 수업 진행

용인교육지원청 렉처 콘서트

< 유레카 클래식 - 천재 예술가들에게 배우는 아이디어 발상법 > 주제로 렉처 콘서트 진행

고등학교 렉처 콘서트

< 유레카 클래식 - 천재 예술가들에게 배우는 아이디어 발상법 > 주제로 렉처 콘서트 진행

월간 음악 잡지 < 스트링 앤 보우 > 객원 기자

2017년 4월호

북한이탈청소년교육학교 여명학교 렉처 콘서트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우리 삶을 이루는 7가지 키워드 > 주제로 해설, 배경 그림과 함께 연주

롯데콘서트홀 오프닝 기념 내레이션 

https://www.youtube.com/watch?v=7zQ9J3MBqKE

고등학교 렉처 콘서트

< 너의 삶을 노래해 > 주제로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의 힐링을 위한 렉처 콘서트 진행

이수민의 사계 시리즈1 < 봄, 춤추다 >

'봄'에서 영감을 받아 선정한 곡들을 해설, 배경 그림과 함께 연주

이수민의 사계 시리즈2 < 여름, 사랑하다 >

'여름'에서 영감을 받아 선정한 곡들을 해설, 배경 그림과 함께 연주

이수민의 사계 시리즈3 < 가을, 물들다 >

'가을'에서 영감을 받아 선정한 곡들을 해설, 배경 그림과 함께 연주

이수민의 사계 시리즈4 < 겨울, 노래하다 >

'겨울'에서 영감을 받아 선정한 곡들을 해설, 배경 그림과 함께 연주

아홉수 토크 콘서트

멘토 9명의 릴레이 토크 콘서트에서 해설, 배경 그림과 함께 연주

고등학교 멘토링

클래식 음악 분야와 관련된 진로 상담,  멘토링 진행

여성인력개발센터 렉처 콘서트

< 여자의 일생 - 여성의 삶을 이루는 5가지 키워드 > 주제로 해설, 배경 그림과 함께 연주

고등학교 렉처 콘서트

< 너의 삶을 노래해 > 주제로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을 위한 힐링 렉처 콘서트 진행

이수민 귀국 독주회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Seoul Arte Musica 협연

KT체임버홀

프리다 칼로 < 부러진 척추 > x 비탈리 < 샤콘느 >

멕시코의 국민 화가로 불리는 프리다 칼로 (Frida Kahlo, 1907-1954). 그녀는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소아마비로 자유롭지 못했던 몸을 가졌고, 10대 때 교통사고로 온 몸의 뼈가 으스러져 평생에 걸쳐 수술을 받았으며, 여러 차례의 유산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이를 못 가졌습니다.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유명 화가였던 남편 디에고 리베라 (Diego Rivera, 1886-1957)의 심한 여성 편력 때문에 정신적 고통 역시 평생 안고 살았던 화가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도 프리다 칼로의 삶과 작품을 들여다보고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녀의 삶 전반의 슬픔, 상실감 등을 예술적 에너지로 바꾸어 캔버스 위에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자화상 ‘부러진 척추 (Broken Column)’를 보실까요. 교통사고 이후 평생에 걸친 수술로 인한 고통을 온 몸 곳곳에 박힌 못들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특히 심장 근처의 못 두 개가 크게 보이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여러 갈래로 뿜어져 나오는 눈물과 대비되는 앙다문 입은 육체적 고통 따위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자존심의 표현처럼 보입니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량한 사막 배경은 피폐한 마음 상태를 나타낸 것이겠고요. 그녀가 느낀 고통, 감정, 처한 상황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 그림을 보고 있자면 ‘이런 고통을 안고 평생을 살아낸 사람도 있는데 이에 비해 나는 너무 작은 일로 불평하고, 좌절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고통 속에서도 삶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고 희망을 그려냈던 프리다 칼로의 삶과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보았습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비탈리 (Tomaso Antonio Vitali, 1663-1745)의 ‘샤콘느 (Chaconne)’입니다. 샤콘느는 원래 16세기 스페인에서 탄생한 느린 3박자의 춤곡을 일컫는 용어였는데 17~18세기에 기악곡의 한 형식으로 굳어졌습니다. 비탈리의 샤콘느는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고 불릴 정도로 우울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를 갖고 있습니다. 이 곡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은 세상의 모든 고통과 슬픔을 압축해놓은 듯한 악보 위 음표들을 소리로 재현해 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클래식을 전공하지 않은 대부분의 청자들은 작곡가가 어떤 메시지를 어떤 음악적 장치를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지, 연주자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여 표현하려고 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클래식 음악, 특히 가사가 없는 기악곡을 들을 때 특정한 장면을 상상하며 들어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저는 비탈리의 샤콘느를 들을 때면 여배우 한 명이 출연하는 연극 무대를 떠올리곤 합니다. 가슴이 찢어지게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어 이성을 잃은 여주인공이 넋이 나간 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무대에 등장합니다. 점점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격정적인 몸짓으로 괴로워하다가 문득 떠오른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에 희미하게 웃음 짓습니다.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 신에게 묻기도 하죠. 애써 이성을 찾고 생각을 하는 듯 잠잠해지더니 결국은 어딘가를, 누군가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삶의 의지를 다집니다.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이 망가지고 부서진 삶 속에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며 세상에 다짐하며 울부짖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오버랩 되기도 합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든 상황에서 교훈을 얻으며 한 발씩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 아닐까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시련은 우리의 인생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소개해드린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감상하는 동시에 비탈리의 샤콘느를 한 번 들어보세요. 그림이, 음악이 건네는 위로를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2015. 7

그림 < 전화위복 > x 류이치 사카모토 < Rain >

한글도 깨우치기 전부터 하루종일 연필과 종이를 갖고 놀던 아이.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해서 연필과 빈 종이만 있으면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무엇을, 어떤 모양으로, 어떤 공식에 맞춰 그려야하는지 누구에게도 강요 받지 않은 채로 그렸기 때문에 상상력과 개성이 넘치는 그림들을 마음껏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들어간 첫 미술 수업.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주사위 같이 생긴 직육면체를 그리는 수업이었는데 이 면은 밝게, 다른 면은 어둡게, 그림자는 항상 오른쪽 뒤에..  미술을 마치 수학 공식처럼 가르치는 선생님의 교육 방법에 무척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마다 사물을 보는 각도가 다르고, 앉은 위치에 따라 빛는 빛이 다른데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그리라고 강요한다니요!

제 생각에는 음악, 무용, 미술 등 장르 불문하고 모든 예술은 창작자의 개성이 듬뿍 담겨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누가 봐도 아름다운 ‘절대적인 미의 기준’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 개념에 사로잡혀 상상력과 개성이 억눌러진 채로 창작을 한다면 그 결과물은 아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다녀와서 잘 먹고 등 따시게 잘 자기만 하면 행복했던 초등 학생 때 쓰던 그림 일기를 기억하시나요?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그림과 몇 줄의 짧은 글로 하루를 기록하게끔 했던 그림 일기. 매일매일 그림 일기를 그려 오는 것이 제가 다니던 초등 학교 숙제였는데 때로는 칸이 모자랄 정도로 빽빽하게 쓰기도 하고, 때로는 귀찮아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웠던 그 어린 시절에는 하루에 있었던 일 중 제일 기억에 남는 나의 감정을, 사건을 그림으로 재현 해내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평범하고 남들과 다르지 않은 생각과 행동을 해야 모범생이라고 칭찬 받는 교육 환경에서 자라온 우리들은 창작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잃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림을 안그린지 수십년이 지나 지금은 간단한 것조차 못 그리는데 하물며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게 가능하겠냐며 손사래를 칩니다.  

저는20년 동안 바이올린을 전공으로 삼았던 성장 배경 덕에 제 감정을 남들에게 내보이고,  과장되게 전달하는데에 익숙합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저는 그때 그때 느끼는 저의 생각과 감정을 말로, 사진으로, 글로, 그림으로 표현해내는데 두려움이 없습니다. 하루에 그림 일기 한 개씩 그렸던 초등 학생 시절 같이 요즘에도 다시 그림 일기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에는 내 생각과 감성을 글로 표현하는 것과는 또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말과 글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너무 확실히 드러나기 때문에 비유, 함축적인 의미,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비밀 코드 같은  것을 숨겨둘 자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림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오늘 보여드릴 그림은 어느 화창했던 일요일, 살짝 우울하고 무료했던 오후가 예상치 못했던 사건으로 인해 유쾌한 시간으로 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 < 전화위복 >입니다. 별처럼 생긴 뭉치의 왼쪽편은 검정 가시가 돋은 듯 모서리를 칠하고 어두운 색깔들을 이용해 무겁고 축쳐진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빨간색 선으로 표현된 중간 길을 거친 오른편의 별 뭉치에는 파란색, 은색 등 밝은 색깔들과 일관된 방향성을 이용해 경쾌하고 짜릿한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이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으로는 개성 넘치는 음악 세계로 그래미상까지 받은 일본의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 Rain >을 골라봤습니다. 바이올린 멜로디가 심플한데에 비해 뚝뚝 떨어지는 빗소리를 묘사하는 듯 피아니스트의 왼손 연타가 특징적인 곡입니다. 피아노가 주는 거친 느낌 때문에 비장함까지 풍기는 앞부분에서 갑자기 몽롱해지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바뀌는데 이러한 큰 폭의 감정 변화가 제 그림 < 전화위복 >에서 나타내려고 했던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서 골라봤습니다.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 류이치 사카모토- Rain > https://youtu.be/8tKfYwc4zxA

2015. 7. 4

그림 < 눈물샘 > x 피아졸라 < 고독 >

어떤 사고 방식을 가졌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내면 깊숙이 ‘외로움’을 안고 산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한다고 갑자기 생기게 할 수도, 없앨 수도 없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의식하며 살지는 않지만 우리와 항상 함께하는 그림자처럼 말이죠.

흔히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혹은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이 나도 모르는 사이 툭하고 떠올랐던 경험이 있을겁니다.  저 같은 경우엔 지금까지 살면서 겪었던 실수나 나쁜 경험 중에서도 인간 관계에 관련된 사건들은 뇌에 좀 진하게 새겨져 두고두고 떠오르는 것 같아요.  세상에서 제일 믿었던 친구의 배신이라든지, 둘도 없이 사랑했던 연인과의 이별이라든지.. 잠잠하고 평화로웠던 감정 상태를 심하게 흔들어 놓는 이런 기억들에 갑자기 노출이 되면 슬픔과 자괴감, 외로움 등이 항상 따라옵니다. 모처럼의 휴일에 집에서 맨얼굴에 잠옷 차림으로 있는데 연락도 없이 불숙 찾아 오는 불청객처럼 말이죠.  

이러한 감정들에 지배될 때 제가 종종 쓰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하루든 몇 일이든 날을 잡고 더 이상 눈물이 안 나올때까지 우는 것! 슬픈 영화나 노래를 들으며 눈이 퉁퉁 붓도록 시원하게 울고 난 다음엔 기분이 한결 후련해지고 감정의 짐을 내려놓는 느낌이 듭니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감동 혹은 스트레스로 인해 흘리는 눈물과 단순히 눈에 먼지가 들어가거나 양파를 깔 때 나오는 눈물의 성분은 다르다고 합니다. 감정이 섞인 눈물 속에는 정신과 신체 모두에 안좋은 각종 스트레스 호르몬이 섞여 울 때 같이 배출된다고 합니다.  또한 우는 행위는 온 몸을 이완시켜 혈압과 긴장을 낮추는 효과도 낸다고 하니 우리는 ‘잘’ 울어야 합니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그림으로 나의 감정 상태를 표현함으로써 마음의 짐의 무게를 더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 유행처럼 번지는 ‘컬러링 북 테라피’도 같은 맥락으로 사람들이 색칠이라는 행위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잡생각은 줄이고 맑은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오늘 보여드리는 그림은 제가 가끔씩 찾아오는 고독함에 힘들어하며 펑펑 울고 싶은 심정을 그린 그림 < 눈물샘 >입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반도네온 연주자 겸 작곡가인 피아졸라는 제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음악가입니다. 그는 자신만의 개성을 가득 담아 만든 음악이 하나의 새로운 장르가 되는 놀라운 업적을 남긴 음악가입니다. 그가 활동하기 이전에는 주로 춤의 반주 음악으로만 쓰이던 ‘탱고’가 그로 인해 ‘무대 연주용’으로 격상되어 연주자들만을 위해 작곡 되어지고 연주되는 음악이 되었습니다. 피아졸라의 음악은 빠른 속도와 화려한 주법으로 탱고의 열정을 표현한 곡, 혹은 서정적인 멜로디를 끈적끈적하게 노래하는 곡으로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새롭게 창시한 이 장르를 ‘누오보(New라는 뜻) 탱고’라고 부릅니다.
제 그림 < 눈물샘 >과 어울리는, 오늘 들려드릴 음악은 피아졸라의  < 고독 Soledad >입니다. 곡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예상 가능하게 해주는 제목처럼 이 곡은 느릿느릿 발을 질질 끌고 걷는 듯 우울한 분위기를 길게 끌고 갑니다. 슬픔에 젖어 얼굴이 온통 눈물로 뒤덮인 여인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곡의 제일 마지막 부분인데 이 곡을 통틀어 제일 높은 음을 모든 악기가 네 번을 반복해서 연주합니다. 반쯤 미친 사람의 비명 혹은 절규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는 이 부분은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열로써 열을 이긴다는 ‘이열치열’의 뜻을 받들어 우리는 매년 여름마다 삼계탕을 먹습니다. 제가 만든 말이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이애치애’ 정신을 가져보는 것도 슬픔, 외로움, 괴로움을 이기는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오늘 제가 소개한 고독을 다룬 그림과 음악으로 여러분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 피아졸라- 고독 Soledad > https://youtu.be/1nlzJaWUv64

2015. 7. 5

그림 < 달콤한 속삭임 > x 엘가 < 사랑의 인사 >

우리는 매일매일 많은 양의 말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있어 말이라는 행위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것이죠. 그렇다보니 너무 솔직한 혹은 가시 박힌 말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종종 생깁니다.
제 삶의 원칙 중에 하나는 욕이나 비속어를 쓰지 않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영혼과 가치가 입이라는 통로를 통해 말로 표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내 영혼을 비추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을 하기 전에 이 말이 꼭 필요한지,  하지 않아도 될 말인지, 어떻게 하면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아 이야기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곤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 사이에서의 의사소통에서는 주의가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보통 가까운 사이라고 하면 긴장감 하나 없이 편하게만 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사이일수록 더 예의를 갖추고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는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에 빠진 연인은 말을 할 때 속삭이는 습성을 갖고 있고, 반대로 하루가 멀다하고 다투는 사람들은 아무리 가까운 거리에있어도 소리를 지르는 습성이 있다는 글을 얼마 전에 읽게 되었습니다. 목소리의 크기는 그 두사람 사이의 ‘영혼의 거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목소리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작아지기도 하고 커지기도 하는 것이죠. 참 공감이 갑니다.
제가 오늘 보여드릴 그림은 < 달콤한 속삭임 > 입니다. 앙증맞고 예쁜 입술 사이에 보석을 하나씩 넣었습니다. 제 입에서 나오는 말들도 한마디 한마디 보석같이 빛나고,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기를 원하는 마음을 담아서 만들었습니다.
이 그림에 어울리는 음악은 영국 작곡가 엘가의 < Salut D’amour 사랑의 인사 > 입니다. 엘가는 유명하지 않았던 때부터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믿고 사랑해준 아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 곡을 아내에게 헌정하였습니다. 엘가는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작곡을 시작하였습니다. 가난한 무명의 작곡가라는 이유로 여자의 집안이 반대하는 결혼을 감행하는데 다행히 결혼 이후에 아내의 응원과 내조를 받으며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크게 쌓았습니다. 그로 인해 나중에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Sir)까지 받게 되죠.
아무리 자신감이 넘치고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도 어떤 시점에서는 두려움도 생기고 용기가 줄어드는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옆에 있는 연인이나 배우자의 내조와 응원으로 인해 용기와 안정감을 얻는다면 그것만큼 멋진 일이 없을 것입니다.  오늘 소개한 음악 < 사랑의 인사 >를 듣고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며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 엘가-사랑의 인사 > https://youtu.be/SXLOF-z5Zlk

2015. 7. 6

책 < 모나리자를 사랑한 프로이트 > x 드뷔시 < 꿈 >

오늘은 책을 소개해 드릴게요. 매우 흥미로워 하루만에 다 읽어버린 < 모나리자를 사랑한 프로이트 >. 제목만으로도 아주 흥미진진하죠. 프로이트가 직접 자신의 이론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예술 작품들을 통해 베일에 쌓여있는 다빈치의 무의식과 성격을 분석하는 내용의 책이에요.
우선 프로이트의 이론을 한 번 짚고 넘어갈까요.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한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겪는 모든 내면적, 외면적 일들이 허투른 것 하나 없이 나이테처럼 차곡차곡 쌓여 그 사람만의 성격을 이룬다고 합니다. 우리가 미처 기억하지, 의식하지 못하는 사건들도 모두 쌓여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특정 사건을 겪으면 툭하고 튀어나와 개인의 말과 행동, 생각과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해요.
이 책 < 모나리자를 사랑한 프로이트 > 내용을 요약해서 알려드릴게요. 귀족 아버지와 농부의 딸의 사생아로 태어난 레오나르도 다빈치. 특이하게도 5세까지는 생모와 함께 살다가 아버지와 계모가 사는 집에 다시 입양이 되어 사랑과 지원을 듬뿍 받고 자랐다고 합니다. 요즘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복잡한 출생과 성장 배경을 가진 다빈치는 그 때문에 리비도(성적 에너지)가 억눌린 형태로 변형이 되어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유아기에 억눌린 리비도를 청소년기에 탐구 행위와 예술적 에너지로 변환시킨 다빈치, 그래서 그 수많은 걸작들을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 내고 그 예술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 모나리자 >에 대한 프로이트의 해석도 흥미로웠습니다. 후원자의 사망으로 경제적 위기, 완벽주의 성격 때문에 슬럼프에 빠졌던 다빈치의 50대, 그 때 그의 앞에 생모의 미소를 닮은 여인이 모델로서 그의 앞에 서게 됩니다. 다빈치는 그 미소에서 심적 안정과 에너지를 얻어 다시 그림들을 그려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표작이 < 모나리자 >이고, 그 작품 뿐만 아니라 그 시기에 그려진 많은 그림들에 모나리자의 신비로운 미소들이 깃든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생 독신으로 살며 음악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작곡가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모습이 겹치면서 ‘과연 위대한 예술가의 삶은 평범할 수 없는가, 만약 나라면 예술가로서의 부와 명예는 가졌지만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삶과 일반인으로서의 무난하지만 행복한 삶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 라는 질문도 던져보게 되었어요.
오늘 리뷰한 책 < 모나리자를 사랑한 프로이트 >의 대표적인 분석 대상이 < 모나리자 >였으니 이 그림에 어울리는 곡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바로 드뷔시의 < 꿈 Reverie >. 시원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 밤에 야외 테라스에 앉아 해가 지는 광경을 바라보는 여인의 이미지가 연상이 됩니다. 꿈결에서 들리는 듯 몽환적이고 나른한 이 곡의 분위기가 모나리자의 알 듯 말 듯한 미소와 어울리는 것 같아 매치시켜 봤습니다.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 드뷔시-꿈 > https://youtu.be/79UfWizjGiQ

2015. 7. 7

공연 < 크레이지 호스 > x 드뷔시 < 목신의 오후 전주곡 >

‘외설과 예술’의 구분은 아직도 예술계에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주제입니다. 그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무척 달라 ‘무엇이 맞고 틀리다’라고 말 할 수 없는게 이 시대의 분위기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외설과 예술의 기준을 말해볼까요? 외설은 굉장히 과장된 형식의, 성적 자극을 불러 일으키고자 하는 목적만을 갖고 돈벌이에 초점을 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술로서의 누드는 아름다움에 초점을 두어 재현한 예술적 표현 중에 하나로 목적과 의미가 확실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나체에 빛을 입힌다’라는 컨셉의 공연 < 크레이지 호스 >를 보고 왔습니다. 파리에 가면 꼭 보아야할 공연이 3개 있는데 그 중 하나로 ‘아트 누드쇼’라고도 불리는 공연입니다.  누드는 2000년이 넘는 예술의 역사에 있어서 큰 역할과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이 시대에 ‘아트 누드쇼’라고 불리는 공연은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한 마음을 갖고 입장했습니다. 첫 장면부터 10여명의 늘씬한 미녀들이 나체로 등장하는데 처음에만 조금 당황하고 머쓱하지 공연이 진행될수록 ‘공공장소에서 오늘 처음보는 사람들과 함께 앉아 늘씬한 미녀들의 나체를 코앞에서 본다는 것’에 대한 민망함은 사라지고, 예술적이고 짜임새 있는 움직임들로 인해 아름다운 여체의 매력에 푹 빠졌다 나왔습니다. 이 공연은 고전적인 풍의 샹송에서부터 전자음악까지 이르는 감각적이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쓴 점, 여성의 몸 위를 쉴 새 없이 감싸는 빛의 한바탕 잔치를 보는 느낌이지 여성의 나체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외설이 아닌 예술이었다’라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이 공연과 더 이상 어울릴 수 없는 음악이 떠오르는데요, 바로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의 <  목신의 오후 전주곡 >입니다. 드뷔시는19c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활동 할 당시 동시대 음악가들보다는 시인, 화가들과 더 많이 교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드뷔시의 음악풍은 그 당시 빛에 따라 변하는 사물의 모습을 재현하려고 했던 화풍을 닮아 있습니다. 소개 해드린 곡 < 목신의 오후 전주곡 >을 비롯하여 < 바다 >, < 달빛 >, < 꿈 > 등의 제목만 들어도 드뷔시가 추구했던 음악풍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추상적인 개념 혹은 끊임 없이 움직이는 대상의 본질을 음악에 담아내려고 했던 것이죠.
판(Pan)이라고도 불리는 목신은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염소의 모습을 한, 자유롭고 음탕한 기질을 가진 신입니다. 어느 평화로운 오후, 목신이 깜빡 낮잠이 들었다가 꿈 속에서 본 사랑과 관능에 가득 찬 세상을 묘사한 음악으로 이 곡은 드뷔시의 음악중 제일 끈적끈적하고 달뜬 감정을 음악으로 잘 묘사한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입부는 나른하다 못해 흐물거리는 플룻 독주로 시작하는데, 부드러운 바람을 이불 삼아 스르르 잠에 빠지는 평화로운 목신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오케스트라에 드물게 등장하는 하프는 이 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보석처럼 반짝이는 빛을 묘사하는 듯한 신비로운 하프 소리는 몽환적인 곡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줍니다.
요즘 우리가 쓰는 용어 중에 ‘밀당(밀고 당김)’이라는 단어가 있죠. 이성간에 진지한 관계를 약속하기 전 ‘서로 눈치 보기’ 혹은 ‘둘 사이의 갑과 을의 위치를 정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저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박자의 밀당’을 자유자재로 구현한 드뷔시의 음악적 능력에 놀라곤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박자의 밀당’이란 변박과 당김음을 말하는데, 이것은 마치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을 한바탕 휩쓸고 가는 방향을 알 수 없는 바람같기도 하고 제멋대로이고 장난기 넘치는 목신의 성향을 묘사한 것 같기도 하여 감상의 재미를 한층 더해줍니다.

장르는 다르지만 ‘빛’과 ‘관능’을 모티브로 삼아 예술적으로 재현하려고 한 < 크레이지 >쇼와 드뷔시의 음악. 둘 다 우리에게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듯한 경험을 줍니다. 외설을 뛰어 넘어 예술의 경지에 오른 작품들만이 관객들에게 이런 경험을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예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관능을 한껏 만끽하는 것도 우리의 삶을 다양한 색깔로 물들이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 드뷔시-목신의 오후 전주곡 >  https://youtu.be/JUuG8mbuXw0

2015. 7. 8

그림 < 여름비 > x 비발디 < 사계 중 여름 3악장 >

여러분은 ‘여름’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해 수박과 팥빙수가 제일 먼저 떠오르고 그 다음으로 수영장, 여름 휴가, 장마 등이 떠오릅니다.  또 여름하면 ‘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늘부터 장마 시즌이 시작된다고 했는데 많은 양의 비는 오지 않았지만 하루종일 먹구름이 잔뜩 끼어 우중충한 하늘과 심상치 않은 바람을 보아하니 곧 비를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비’를 주제로 한 그림과 음악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제가 그린 그림 < 여름 비 >는 차를 타고 가다가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습니다. 유리창에 맞아 물방울이 순간 잘게 부서졌다가 다른 물방울들과 합쳐져 무게를 못이기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장면은 어렸을 때부터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그 장면을 그림으로 옮겨 보았는데 잘게 부서져 반짝반짝 보석처럼 빛나는 물방울과 불규칙한 모양 속에서 느껴지는 묘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제 그림 < 여름 비 >와 어울리는 음악은 우리 모두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법한 < 비발디 사계 중 여름 3악장 >입니다. 우선 비발디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드릴게요. 비발디는 18세기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연주자, 음악 교육자 겸 수도원의 사제였습니다. 그야말로 음악계 멀티 플레이어의 원조라고 할 수 있죠. 비발디는 몇 천개에 이르는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 대표작을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저는 망설이지 않고 < 사계 >를 꼽을 수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루어진 각 악장들은 계절별 특징을 확실히 대비 되도록 묘사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각 계절별로 비발디가 직접 붙여 놓은 시(소네트)를 음악으로 충실히 재현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멀리서 짖는 개 소리, 낮잠을 방해하는 파리들의 날개소리, 숲 속에서 들리는 뻐꾸기 소리 등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을 음악 작품 안에서 구현해 내었습니다. ‘음악으로 그린 풍경화’라는 시도는 그 당시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시도로 비발디의 비범함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 사계 중 여름 3악장 >에 붙여 놓은 시는 이렇습니다. ‘아! 두려움은 현실이 되는가.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치고 우박이 내려 잘 익은 곡식을 짓밟고 말았다.’ 그럼 이제 곡을 들어볼까요? 쉼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음표들은 갑자기 몰아치는 비바람을 묘사했고,  듣기가 불편한 불협 화음 스케일은 예측 불가능한 대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듯 합니다. 연주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곡은 연주하기에  난이도가 많이 높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곡 자체의 빠른 속도와 드라마틱한 화성 때문에 관객들을 집중 시키는데 효과가 좋은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스키모의 언어에서 ‘눈’을 이르는 단어는 수백가지라고 하죠. 그들이 우리나라에 살면서 사계절을 지내보고 ‘비’의 종류에 따라 이름을 붙여 구분했다면 수백가지는 못되어도 수십가지는 될 것 같습니다. 제 그림에서는 이슬비를, 비발디의 음악에서는 격렬하게 몰아치는 비바람을 한 번 감상 해보실까요.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 비발디- 사계 중 여름 3악장 > https://youtu.be/Obo4ewznBLM

2015. 7. 9

그림 < 반짝이는 순간 > x 헨델 < 수상음악 2번 >

여러분은 이번 여름 휴가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계신가요? 저는 얼마 전 가족과 함께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산중턱에 걸려있는 구름은 신비롭고, 시원하게 탁 트여있는 진한 초록색의 자연을 마음껏 만끽하고 왔습니다. 얼음장같이 차갑고 맑은 계곡에도 들어가서 마치 어린아이때로 돌아간 것 처럼 물장구도 치고 왔는데 복잡하고 힘들었던 일상을 잠시나마 잊고 마음과 영혼을 정화시키고 왔습니다.

오늘 보여 드릴 그림 < 반짝이는 순간 >은 그 날 지리산에서 보았던 반짝이는 순간들을 재현해내어 그렸습니다. 뜨겁지는 않고 적당히 따사로운 햇빛, 바람에 쏴아 하고 흔들리며 시원한 소리를 내던 나뭇잎,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던 물살 등 기억에 오래도록 남기고 싶은 순간을 그림으로 옮겨 그리고 나니 행복했던 날의 경험이 녹아든 그림이라 그런지 더 애착이 갑니다.
이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을 소개해드릴게요.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와 동갑내기로 바로크 시대 음악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음악의 어머니, 헨델입니다. 그는 음악성 뿐만 아니라 상업적 수완도 좋아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음악회를 열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나갔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음악인 < 수상음악 모음곡 2번 >은 헨델이 영국의 템스강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왕을 기쁘게 해주기 위하여 작곡한 곡으로, 50여명의 악사들을 배에 태워 왕의 주변을 돌며 연주시켰다고 합니다. 왕은 이 음악과 헨델의 노력에 크게 만족하여 그 후부터 헨델을 총애했다고 합니다. 야외에서 연주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작곡된 음악이기 때문에 관악기를 많이 써서 낭랑한 음색을 내는 것이 특징인 곡입니다. ‘모음곡’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곡은 당시 유행한 춤곡들을 한데 모은 합주곡인데, 그 중에서도 제가 오늘 고른 악장은 < Alla Hornpipe >라는 빠르고 경쾌한 행진곡 풍의 악장입니다. 한 번 들어보실까요.

저는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기분이 축 처질 때 혹은 어려운 일에 마주하여 용기가 필요할 때 등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추어 듣는 음악을 정해놓곤 합니다. ‘내 인생의  BGM(배경음악) 리스트’를 온전히 제 취향에 맞게 만들어 놓는 것이지요. 저는 앞으로 오늘 소개한 < 헨델- 수상음악 >을 들을 때마다 지리산의 시원한 계곡과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내 인생의 배경음악’을 상황별로 정해놓고 그때 그때 꺼내어 들어보세요. 내 기분과 딱 맞는 음악을 듣는 것 만큼 위로가 되는 일도 없답니다.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 헨델 - 수상음악 2번 알라 혼파이프 악장 > https://youtu.be/OT1oTBSqR4E

2015. 7. 10

그림 < 유토피아로 가는 길 > x 림스키 코르사코프 < 셰헤라자데 >

‘지그문트 프로이트’라는 심리학자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겁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 ‘무의식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는 그의 이론은 세계에 큰 충격을 불러 일으켰고 후대 철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살아 오면서 무심코 겪고 지나갔던 수 많은 일들이 우리의  무의식에 각인이 되어 나중에 우리의 말, 행동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니 참 신비로운 일입니다.  
 
무의식은 이렇게 우리의 말과 행동에도 드러나지만, 우리가 하는 모든 창작 활동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는 창작 활동이란 사진 찍기, 음식 만들기, 꽃꽂이, 그림 그리기, 노래, 작곡 등 각자의 취향을 바탕으로 창작해내는 모든 것을 말합니다. 저는 바이올린 연주자이기도 하지만 작곡과 그림을 창작해내는 사람으로써 ‘무의식’이라는 것이 저의 예술 작품과 창작 활동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몸소 겪어 알고 있습니다. 힘들 일을 겪고 있는 시기에 그린 그림은 불길한 모티브들과 어둡고 강렬한 색을 써서 괴로움과 슬픔 혹은 분노를 표현하고, 행복한 시기에 그린 그림은 높은 채도의 색상과 행복을 나타내는 모티브들로 인해 누가 보아도 행복감이 듬뿍 묻어납니다.


오늘 보여드릴 그림은 GIM(Guided Imaginary and Music) 시간에 음악 감상 후 파스텔과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입니다. GIM이란 적극적인 음악 감상을 통해 의식 상태 이상을 여행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무의식의 세계나 현재에 직면한 문제 등을 음악 감상 후 그리는 만다라(반복적인 패턴의 원그림)를 통해 알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저는 이 그림 < 유토피아로 가는 길 >에서 저의 꿈을 향해 가는 여정을 그렸습니다. 초록색, 하늘색, 노란색은 긍정적인 열정과 에너지를 나타냈고, 어지럽게 나열된 붉은색 부분은 불가피하게 마주하게 되는 고난과 인내의 시간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가운데 초록색 핵처럼 생긴 부분은 최종적으로 얻을 승리의 기쁨을 나타내고요.
이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으로는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 세헤라자데 >를 골라봤습니다. 매력적인 소재 아라비안 나이트(천일야화)를 음악으로 옮긴 오케스트라 곡입니다. 이 곡처럼 나타내고자 하는 소재를 제목에 붙여놓고 명확하게 표현한 음악을 ‘표제음악’이라고 하는데, 세헤라자데는 그 중에서도 제일 특색 있는 곡입니다. 그 이유는 이국적인 중동을 배경으로 한 설화, 매력적인 여자를(매일 다른 여자와 동침하고 다음날 아침에 죽이는 잔혹한 왕에게 스스로 찾아가 1000일 동안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왕의 마음을 얻어낸 처녀) 주인공으로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 아름다움과 고통이 공존하는 세계를 그려낸 음악이기에 제가 그린 그림 < 유토피아로 가는 길 >과 공통점을 가진다고 생각하여 연결시켜 보았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 중에 ‘힐링’이라는 말이 있죠.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고 그 동안 수고했고 여기까지 잘 살왔다고 스스로 토닥토닥 응원해주는, 스트레스에 치여 사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시간입니다. 나 자신을 알고자 하는 행위에는 나의 ‘무의식’을 파악하는 일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어떠한 형태의 창작이 되었든 무의식을 마음껏 드러내는 시간을 가지며 나도 모르게 내면 깊숙이에서 우러나오는 자신만의 성향, 취향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 림스키 코르사코프- 세헤라자데 > http://youtu.be/SQNymNaTr-Y

2015. 7. 11

애니메이션 < 인사이드 아웃 > x 그림 < 마지막 기억 > x 크라이슬러 < 사랑의 슬픔 >

갓 개봉한 디즈니와 픽사의 합작품 애니매이션 < 인사이드 아웃 >을 보고 왔습니다. 애니매이션은 보통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애니매이션은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될 만큼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들, 교훈을 주고 또 위로가 되는 영화였어요. 이 애니매이션의 중심 메시지를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삶에 있어서 행복이란 즐거움(Joy)에 한정되지 않고 슬픔(Sadness)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또한 슬픔을 통해 우리는 한 단계 성숙해지고 배우는 소중한 경험을 한다’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메시지를 접하고 저는 잠시 혼란스러웠습니다. 저 자신만 해도 ‘행복’이라는 것은 단순히 해서 즐거운 것들로 인해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예를 들어 맛있는 것을 배불리 먹고, 학교나 회사에서 나의 능력을 인정 받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갖고, 편하고 안전한 잠자리에서 푹 자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을 때 느끼는 것 등에 한정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이 애니매이션에서 말하는 ‘슬픔을 통한 성숙과 배움’이 궁극적으로 행복감에 기여한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던 파격적인 시각이었습니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저만의 정의를 내려보고자 지금까지의 저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한 예로 사랑했지만 떠나 보내야했던 사람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감정적으로는 서로 너무 잘 맞고 행복했지만 여러가지 시간적,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이루어 질 수 없는 인연이었습니다. 나쁜 감정으로 헤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특히 아쉬움도 많이 남고 그 사람과의 행복하고 반짝이던 추억이 떠오르는 날이면 우울한 기분에 빠져 몇 일 씩이나 힘들어 했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 힘들어하다가 다행히 최근에는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처럼 시간 덕분인지, 새로운 환경과 인연 덕분인지 마음이 안정이 되며 그 사람을, 사랑을 깨끗이 떠나보내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는 그 오랜 시간동안 단순히 시간 낭비, 감정 낭비를 한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인해 피 흘리고 아팠지만 아물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가 스스로 치료하는 과정을 겪었고, 그 덕분에 사랑에 있어 지금의 성숙한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방금 예시로 든, 사랑으로 상처받았지만 마침내 치유되고 난 후 그린 그림 < 마지막 기억 >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겉보기엔 날개 달린 황금색과 검정색으로 이루어진 하트와 그림자이지만 저만이 알아보고 해석할 수 있는 모티브들로 가득 채운 그림입니다. 제 주변에 창작활동을 하는 화가, 작곡가들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종종 그림에, 음악에 자신만이 아는 싸인을 넣어놓고 흐뭇해한다고 하더군요. 창작자들의 심리가 비슷하다면 우리가 명화로, 명곡으로 손꼽는 수백년이 넘은 작품들 속에도 창작자만이 아는 비밀들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름다운 작품 속에 숨겨져 있는 비밀들을 보물찾기 하듯 하나씩 찾아내어 우리의 취향대로 해석하는 재미가  예술 감상의 기본적인 원리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종종 여러가지 사건들로 머리가 복잡할 때 혹은 마음이 갈피를 못잡고 혼란스러울 때 그 괴로움을 그림과 음악으로 쏟아내며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하는데, 그런 시간을 갖고 나면 거짓말처럼 마음이 후련해지고 침착해집니다. 마치 감당하기 힘든 일이 있을 때 둘도 없이 친하고 나를 잘 이해해주는 친구에게 울면서 전화해서 모든 일을 속 시원히 털어놓고 난 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경우와 비슷하달까.. 제가 생각해도 매우 신기한 경험인데 저는 이 그림을 끝으로 과거 사랑의, 기억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주제인 ‘슬픔을 통한 성숙’과 공통점을 같이 하는 음악이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인 크라이슬러의 < 사랑의 슬픔 >. 크라이슬러는 본인이 바이올린을 매우 잘 다루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바이올린을 위한 아름다운 소품들을 많이 작곡했습니다. 저도 작곡을 할 때 다른 악기보다는 바이올린 곡을 우선적으로 쓰게 되더군요. 20년동안 바이올린과 항상 같이 해오다보니 심적으로 더 친숙하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다른 악기보다 바이올린 테크닉을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라이슬러의 수많은 바이올린 소품 중에서도 < 사랑의 기쁨 >과 < 사랑의 슬픔 > 연작이 특히 유명합니다. 두 곡은 매우 대비되는 분위기를 가졌는데 < 기쁨 >은 정말 사랑에 퐁당 빠져서 상대를 생각하기만 해도 어깨춤이 절로 나고 하루종일 행복한 감정상태를 잘 그렸습니다. 반면 < 슬픔 >은 찬란했던 사랑이 깨어진 후 씁쓸하고 자조적인 감정 상태를 그린 듯 합니다. < 사랑의 기쁨, 사랑의 슬픔 > 연작을 작곡한 것을 보니 대단한 예술가인 크라이슬러도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사랑으로 인해 기쁨과 슬픔 사이를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감정을 경험했었나 봅니다.

단순히 일차원적인 즐거움으로 인한 ‘행복’이 아닌, 슬픔으로 인한 성장과 배움이 궁극적으로는 ‘행복’에 큰 기여를 한다는 오늘의 주제를 여러분도 한 번 곱씹으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 크라이슬러-사랑의 슬픔 >  https://youtu.be/AqQ2_2qd-5Y

2015. 7. 12

앤디워홀 전시회 x 그림 < 거짓말이 사람을 죽인다 > x 모차르트 < 피가로의 결혼 >

오늘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리는 앤디 워홀 전시회를 보고 왔습니다. 앤디 워홀은 팝아트라는 미술 장르를 발전시킨 선구자로써  수많은 20세기 예술가들 중에서도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대중들에게 친숙한 예술가입니다. 앤디 워홀은 가난한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 태어나 뉴욕으로 이주해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시킨 사람입니다. 미술 대학을 다니며 전공했던 패션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영화 감독, 사진 작가, 잡지 편집장, 뉴욕 상류 사회의 명사로써 활발히 활동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다양한 능력을 독창적으로 마음껏 펼친 그야말로 ‘멀티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원래 전공인 바이올린 연주뿐만 아니라 해설, 강의, 그림, 작곡 등 최대한 다양한 방면에서 제 끼와 예술적인 감성을 펼치고, 성공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는데 앤디 워홀은 무척 닮고 싶은 저의 롤모델입니다.
앤디 워홀은 상업적 미술의 시대를 연 장본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적 이슈를 그때 그때 캐치하여 자신만의 해석을 곁들인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나는 돈을 제일 좋아하니 좋아하는 것을 그리겠다’며 달러 기호($)를 캔버스 위에 거대하게 그려놓는가 하면, 중국이 세계적인 국가로 부상할 때는 마오쩌둥의 초상화를, 세계적인 섹스 심벌 마를린 먼로가 자살한 다음 날은 그녀의 초상화를 그 특유의 그림풍인 실크 스크린 기법을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앤디 워홀만의 감성과 예술세계도 무척 부럽고 대단한 면이지만, 예민하게 촉을 세우고 세상에 반응 했던 그의 감,  민감할 수도 있는 사회적인 이슈들을  대담하게 작품 속에 녹여낸 점도 저에게는 큰 교훈으로 다가옵니다.


오늘 보여 드릴 제 그림은 < 거짓말이 사람을 죽인다 >입니다. 아직도 중동에서 온 호흡기 질병인 메르스의 여파가 남아있지요. 최근 몇 달간 이 질병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은 우왕자왕하기만 하고 진실과 진압은 쉬쉬하던 정부에 대해 큰 실망을 했고요.  저는 정치적인 견해와 성향을 그림에 잘 담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를 보며 답답한 마음을 담은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사회적 풍자를 담은 그림과 매치되는 음악으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 모짜르트의 < 피가로의 결혼 >을 소개해 드릴게요. 우리가 흔히 신동, 천재로 생각하는 모짜르트는 아름다운 작품들로 찬탄을 받기도, 자유분방한 태도로 사람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서 귀족과 왕족의 비위를 맞추며 본인의 정치적 견해를 감추고 살았을 수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부조리한 계급주의 사회와 비도덕적인 귀족과 왕족을 풍자, 조롱하는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더 자세히 말하면 오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나리오를 쓰는 극작가와 작곡가가 필요한데, ‘계급 사회 비판’이라는 주제를 담은 오페라의 작곡가로 참여했다는 점은 그도 그 주제에 공감하고 사회에 알리고 싶은 마음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성악가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에는 귀족을 조롱, 풍자하는 내용이 가득한데, 이로 인해 이 작품이 초연되었을 당시 귀족과 왕족 사회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음은 물론이고 심지어 파리에서는 연주가 금지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예술의 역사를 보면 사회정치적으로 대중을 선동하기 위하여 예술이 이용된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나치들이 이용하던 전쟁 선동 포스터나 군가 등을 들 수 있지요.  예술은 대중들의 미적 욕구를 채워주고 영혼을 울리는 주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만,  잘못 돌아가고 있는 사회를 비판,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역할 역시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모차르트처럼 힘 센 편이 아닌 약한자들의 편에 서서 생각해보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표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예술가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작품에 담긴 용기 있는 메시지들이 대중에게 크고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모차르트-피가로의 결혼 > https://youtu.be/SODDX1wPU0g

2015. 7 13

그림 < 날아라 삼계탕 > x 피아졸라 < 천사의 밀롱가 >

장마가 지나가고 난 자리에는 길고 뜨거운 여름이 그림자처럼 따라 붙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그 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초복이었죠.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더위에 몸이 허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닭이나 개, 팥죽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 전통이 아직까지 내려져 와서 초복, 중복, 말복 이 삼복만큼은 삼계탕집, 보신탕집에 길게 늘어선 줄이 매우 익숙한 광경이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역마다 여름을 이기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산간 지방에서는 복날이면 차가운 계곡으로 가 발을 담그고 시원한 수박을 즐겼다고 합니다. 반면 해안 지방에서는 뜨거운 모래 속에 들어가 찜질하는, 그야말로 이열치열의 자세로 여름 더위와 싸웠다고 합니다.

오늘 보여드릴 그림은 < 날아라 삼계탕 >으로 다이빙대에서 닭이 점프를 하여 김이 나는 그릇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장면을 묘사해봤습니다. 어떤 개념이나 단어를 추상적인 그림체로 표현하는 것이 평소에  제가 선호하는 작업 방식인데, 가끔은 이렇게 유치하고 재미있게 만화체로 그리는 작업도 종종 합니다. 사실 ‘삼계탕’ 같이 아무리 머리를 써봐도 진지한 그림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주제들은 이렇게 재미를 담아 부담없이 그립니다.
오늘의 주제 ‘더위’와 관련된 음악을 들려 드릴게요.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곡가, 탱고의 거장 피아졸라의 < 천사의 밀롱가 >입니다. ‘밀롱가(Milonga)’는 아르헨티나의 전통적인 춤 혹은 음악을 나타내는 말로 탱고의 전신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음악의 느린 템포와 끈적끈적한 분위기가 더위라는 주제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골라봤습니다.

글을 쓰면서 이 음악을 여러 번 듣다보니 어떤 이야기가 연상이 되는데요, 제 머릿속에서 상영되는 짧은 영화라고 하면 될까요.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어둑어둑해진 초 저녁,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아르헨티나 뒷골목의 한 술집. 그 바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한 남자가 끈적끈적한 테이블을 청소하다 말고 무대를 바라보며 바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그 관리자는 이제 50이 넘은 중년의 남자로 생기 없는 피부와 희끗희끗한 머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 남자는 20대 때부터 이 바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가게에 처음 온 날, 무대에서 현란하고 끈적하게 춤을 추던 무희 중 한 명을 짝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카르멘 같이 칠흑같이 검은 머리에 빨간 입술을 한 그녀. 그녀는 다른 무희들과는 다르게 항상 감정이 없는 얼굴에 슬픈 눈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무대 위에서 느릿느릿 발을 끌며 춤을 출 때면 그 남자는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매력적인 육체뿐만 아니라 속에서 우러 나오는 애수 혹은 무언가가 바 안의 모든 사람의 눈길을 잡아 끌던 그녀의 분위기. 그가 무대를 바라보며 첫사랑이었던 그녀를 추억하는 그 시간, 불꺼진 술집에는 삐걱거리며 회전하는 고물 선풍기 소리만이 들릴 뿐입니다.  조금 후에 그 남자는 한숨을 쉬며 닦아도 닦아도 여전히 끈적끈적한 테이블 청소를 마저 하겠죠...

개인적으로 피아졸라의 곡들 중 느리고 애수에 찬 분위기의 곡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피아졸라는 반도네온(아코디언류의 악기)을 잘 아는 상태에서 곡들을 썼기 때문에, 바람의 양으로 속도와 음량을 조절하며 소리를 내는 악기의 특성을 잘 살린 곡들이 많이 작곡했습니다. 반도네온의 애잔하고  슬프고, 아쉬운 감정이 한데 섞여 들리는 소리가 저에게는 무척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무더운 여름 밤, 오늘 소개해드린 곡 < 천사의 밀롱가 > 를 감상하며 나른하게 잠 들어볼까요.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 피아졸라- 천사의 밀롱가 >  https://youtu.be/DbAygn5SY7w

2015. 7. 14

그림 < 장미향 나는 밤 > x 드뷔시 < 달빛 >

저는 걷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느끼며 종종  산책을 하곤 합니다. 산책 장소로 좋은 곳 중에 하나가 바로 한강변인데요, 높은 건물들로 인해 시야가 답답하고 공해로 찌든 서울 안에서 그나마 가슴이 탁 트이는 경치와 공기를 가진 곳이라서 제가 참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낮에는 돗자리 펴놓고 책을 읽다가 깜빡 낮잠에 들어도 좋고,  6-7경 해가 어스름히 지는 저녁에는 커피를 마시며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아도 좋고, 해가 지고 난 후에는 점점 화려해지는 야경, 빛의 축제를 즐기며 맥주를 한 캔 마셔도 좋더라구요. 산책하기 제일 좋아하는 시간대는 밤! 깜깜한 밤 하늘 속에서 휘황찬란한 야경이 대비되어 더 인상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밤’이라는 시간이 주는 왠지 모를 로맨틱함이 마음을 더 설레게 만드는 것 같아요.

한강변을 걷다 보면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여유롭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걷는 연인들, 강아지와 같이 산책하거나 가볍게 뛰는 조깅족들, 눈 깜빡할 사이에 쌩하고 지나가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가서 그 한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을 즐깁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과 한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묘한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거든요.
오늘의 주제 ‘밤 산책’과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봤어요. 새카만 밤하늘에 은은한 달빛, 그 아래 핀 새빨간 장미꽃의 아득한 향기. 이 모든 것에 압도 당하고 달뜬 제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해봤어요. 제목은 < 장미 향 나는 밤 >으로 붓펜과 색연필, 반짝이 펜을 이용해서 그린 그림입니다. 이질적인 재료를 한데 섞어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이 나지 않나요? 이렇게 최대한 다양한 조합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틀에 박힌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그림을 그려서인지 제 머릿속의 느낌을 최대한 창의성있는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한게 제 장점이고 꽤 만족스럽습니다.
이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으로는 프랑스 출신의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의 < 달빛 >을 골라봤어요. 제목에서부터 밤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표현한 곡일 것이라 연상이 되는 음악이죠. 원래는 피아노 솔로 곡인데, 바이올린 혹은 첼로 같은 현악기와 피아노 듀오곡으로 많이 연주됩니다. 제가 들려 드릴 버젼은 보이 소프라노로 구성된 < 리베라 >라는 팀의 아카펠라 버젼인데요, 티 하나 없이 물방울처럼 맑은 소년들의 목소리가 구름 위를 떠다니는 천사들의 합창을 듣는 듯 세상에서 상처받고 찌든 제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것 같아요.


하루에 30분 정도에 해당하는 산책은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온갖 질병 예방에 좋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일에, 사람에, 공해 속에 찌든 우리 삶 속에서의 꿀처럼 달콤한 휴식시간이자,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됩니다. 베토벤, 괴테 등 위대한 예술가들은 매일 규칙적으로 산책할 시간을 정해놓고 복잡한 머릿 속 정리도 하고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제가 오늘 소개해드린 음악 드뷔시의 < 달빛 >을 들으며 여러분도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찬찬히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 드뷔시- 달빛 >  http://youtu.be/FrD7saEO9f

2015. 7. 15

< 내가 글쓰기를 욕망하는 이유 >

저는 욕망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미치도록 하길 원하는 것, 즉 나의 내면에서부터 들려오는 욕망에 대해 귀 기울일 줄 알고 행동에 옮기는 사람입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는 유한한데,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지금 해보고 싶은 것을 할 시간과 용기를 내지 않으면 가치있는 삶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러한 제가 몇 달 전부터 ‘글을 잘 쓰고 싶은 욕망’이 강해졌어요. 쉽고, 전달력 있고, 술술 읽히는 이수민표 글을요.  20년을 전공해 온 바이올린 뿐만 아니라 ‘글’이라는 통로로 사람들의 공감과 관심을 얻을 수 있다면 굉장히 뿌듯할 것 같습니다. 또 장르불문한 예술 전반에 관심이 많기에 공연이나 전시회에 다녀와 제 개성이 듬뿍 담긴 솔직한 후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여느 블로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디서 하는 무슨 공연을 다녀왔는데 좋더라, 별로더라’라는 단순한 사실만을 담은 밍숭맹숭한 후기가 아닌, 제 감성으로 해석한 예술과 그 후기를 기록해두고 싶은 욕망도 있습니다.
또 제가  ‘글을 잘 쓰기’를 욕망하게 된 데에는 평소에 소설, 자기계발, 철학, 예술, 패션, 여행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의 독서습관과 평생 해왔던 메모하는 습관이 한 몫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 쓰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김무영 작가님이 진행하시는 에세이 수업에 참여하고 매일 A4두 페이지 분량의 칼럼을 쓰는 등 글 쓰는 실력을 갈고 닦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술성’을 내면에 갖고 있고 그것을 표현하는 정도와 시기, 통로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예술성과 감성을 표현하는 통로로는 패션, 사진, 요리, 그림, 연주, 작곡, 화법, 글쓰기 등이 있겠죠. 저는 그 통로를 음악, 그림 그리고 글로 정했습니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 후 밥을 먹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처럼 자신이 가진 예술성을 갈고 닦는 것이 일상이 되도록 꾸준히 행하다 보면 누구나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욕망을 실현하는 사람처럼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요? 저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 오늘도 욕망하며 삽니다.

2015. 7. 16

< 예술과 욕망 > x 비제 <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 >

‘욕망’이라는 단어는 발음에서부터 은밀한 매력, 금지된 것, 비밀스러움이 연상됩니다. 오늘 김무영 작가님이 주도하시는 강의를 듣고 왔습니다. 이 강의의 주제는 ‘예술과 욕망’이었는데 저에게 무척 매력적인 두 단어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저에게 어떤 생각할 거리를 주게 될지 가기 전부터 무척 기대가 되더군요. 시간 가는줄 몰랐던 2시간에 걸친 강의를 요약하자면, 집안 환경이나 얼굴 생김새, 키와 같이 노력하지 않아도 타고 난 모습으로 아무 의심과 노력 없이 산다면 그것은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게 아닙니다. 내가 못가진 것은 극복하고 가진 것은 더 발전시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진정한 나’인 것입니다. 살아야하는 목표가 뚜렷하고 자신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예술가’의 자질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예술가의 모습으로 예술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해야할 일들이 있습니다.
제일 먼저 할 일로는 사회와 세상 사람들이 정해놓은 당연시 여겨지는 규정을 의심하고 깨뜨릴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복근을 가진 남자가 멋있는 것이고, 글래머러스한 8등신 미녀가 아름다운 것이라는 정보를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무의식적으로 옳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요? 어떤 사람에겐 키가 작은 남자가 멋있을 수 있는 것이고, 뚱뚱한 여자가 아름다을 수 있는 것인데요. 우리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최대 네다섯가지의 선택지 안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환경에서 자라왔습니다. 그러한 원인이 우리가 좁은 폭 안에서만 생각하고 결정짓는데에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그 다음 할 일은 본능에 집중하여 내가 어떤 것에 특히 관심이 가고 자꾸 원하고 있는지 일상 속에서 찾아 가는 것입니다. 내가 아름다운 걸 보는 것을 좋아하는지, 냄새에 민감한지, 맛보는 것을 좋아하는지, 만지는 것을 좋아하는지, 무언가를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지.. 즉, 나의 어떤 감각을 만족시킬 때 기분이 좋아지는지 민감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예술가적인 삶이란 당연시 여겨지는 세상의 모든 것을 의심하고 다시 한 번 나의 기준으로 생각해보고, 그 구속에서 최대한 벗어나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내가 행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욕망하고 누리는 삶입니다.


‘욕망’이라는 오늘의 주제와 아주 잘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 드릴게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Habanera)라는 곡입니다. 하바네라는 특징적인 2박자 계통 리듬을 가진 곡의 형식으로 쿠바의 수도 아바나(Habana)에서 생겨났기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으로 건너가 민속 춤곡의 리듬으로 쓰였고 후에 탱고 리듬의 전신이 되었습니다.  이 리듬에 얹혀진 매력적인 가사는 이렇습니다. ‘사랑은 반항하는 새랍니다. 그 누구도 길들일 수 없죠. 사랑은 집시아이랍니다. 어떻게 다루어야할지 알 수 없죠.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할거에요. 하지만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된다면 당신은 조심해야 할거에요’라는 무척 도발적이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가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성의 여자, 카르멘은 가진 것 없는 집시의 신분으로 태어나 당장 먹고 자는 문제, 생존을 고민해야 했던 여자입니다. 그래서 남들에게 욕을 먹을지언정 자신의 안위를 위해 미모와 사랑이라는 무기를 잘 갈고 닦아 숱한 남성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여자였습니다. 이러한 카르멘의 모습을 멋있게 재현해 낸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풍부한 성량과 다양한 표정연기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 흡입력 있는 무대를 보여주는 마리아 칼라스. 이 영상에서도 감정과 표정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꿀같이 달콤하다가도 한순간 앙칼지다가, 다시 유혹적인 눈길을 던지는 팔색조 같은 카르멘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카르멘은 결국 두 남자의 마음을 갖고 장난치다가 한 남자의 질투심으로 인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습니다. 물론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옳은 일이 아니기에 우리는 바람을 피거나 사람의 마음을 갖고 장난 치면 안되겠죠.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보자면 카르멘은 그야말로 ‘나다운 삶, 예술가적인 삶’을 살다간 여자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드린 곡 < 하바네라 >를 들으면서 내가 욕망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다운 삶의 모습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주제와 어울리는 음악:
< 비제-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 > https://youtu.be/OYfMRZTDLZQ

2015. 7. 17

그림 < Fame > x 파가니니 < 카프리스 24번 >

저에게 좋아하는 예술가를 몇몇 꼽아 보라고 하면 미국 출신의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앤디 워홀이 활동할 당시 일부는 그가 순수 예술의 본질을 떨어뜨리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아티스트라며 손가락질 해댔습니다. 그러나 예술의 경계를 넓고 깊게 확장하고 대중들로 하여금 예술에 관심을 가지도록 한 그의 역할은 너무나 커서 후대 사람들에게는 아직까지도 추앙받고 사랑받는 예술가로 남았습니다.  앤디 워홀은 상업 디자인을 전공해서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를 시작으로 나중에는 영화 감독, 화가, 디자이너, 사진 작가, 잡지 편집장,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의 협업, 사교계의 명사로써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내었습니다.    

오늘 보여드릴 그림은 앤디 워홀을 일약 스타로 만든, 혹은 손가락질의 중심에 서게 했던 유명한 작품 < 캠벨 수프 캔 >의 이미지를 패러디해서 그린 < FAME > 입니다. 미국 문화의 화려함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주제로 삼았던 앤디 워홀은 이 < 캠벨 수프 캔 > 연작들을 통해 미국 사회의 물질만능주의, 대량 생산되는 공장의 물건들처럼 예술도 보편화되길 바라는 메세지, 미국 대중 문화의 경박함, 대중들이 느끼는 공허함 등을 표현해냈다고 해석됩니다. 앤디 워홀로 인해  ‘팝아트’라는 장르까지 새로 생겨나면서 그의 이름과 예술이라는 장르가 둘 다 유명해지고 사람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게 되었으니 그의 작전은 성공한 셈이죠. 저는 앤디 워홀의 예술성, 상업성, 실험 정신 등을 기리고 싶어 이 그림 < FAME >을 그렸습니다. 토마토 캠벨 수프 캔과 비슷한 모양의 캔 한 가운데에서 손이 튀어나와 있죠. 이 손은  부, 명예, 유명세, 세상 사람들의 찬사를 열망하는 손입니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노란 별은 방금 열거한 모든 것을 담은 별로, 손에 잡힐 듯 말 듯 바로 앞에서 애태우는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저도 앤디 워홀이 한 때 그토록 열망했던 것, 잠을 자지 않아도 밥을 먹지 않아도 나를 에너지 넘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 같은 그것에 빠져있습니다.  한마디로 나에게서 나온 예술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기를 열망하고 있죠. 저는 20년 동안 순수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면서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얌전히 공부했고, 무난하고 모범적인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하며 한국의 입시 제도에 맞추어 기계처럼 살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예술’이라는 것은 보는 이, 듣는 이를 기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예술가’는  한마디로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광대로서의 역할, 즉 최대한 많은 사람 앞에 서고 자신이 가진 감성을 나누며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앤디워홀과 마찬가지로 예술의 지평을 넓힌 작곡가와 음악을 소개해 드릴게요. 19세기 초 이탈리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파가니니의 < 카프리스 24번 > 입니다. 바이올린 음악은 파가니니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그는 자신의 현란함의 극치를 달리는 테크닉과 독창적인 감성을 토대로 바이올린 곡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카프리스(Caprice)란 곡의 형식을 일컫는 말 중 하나로 ‘특정 스타일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운 요소가 강한 기악곡’이라는 뜻입니다.  원래 ‘파가니니 카프리스’는 총 24개의 각기 다른 스타일과 테크닉으로 구성된 짧은 곡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오늘 들려드릴 마지막 곡, 24번이 제일 화려하고 대중적입니다.  동료 작곡가였던 리스트(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연습곡-제 6번째 곡)와 브람스(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가 이 곡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아 편곡한 곡들도 유명하지요.
세상이 모두 YES를 외칠 때 혼자 NO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중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파가니니도 앤디워홀도 시대의 유행이나 흐름을 따르지 않고 독창적인 자신만의 감성을 그림으로, 음악으로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그 위대함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손가락질 받고 기괴하다고 외면받아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밀고 나가는 뚝심과 추진력, 자신만의 스타일을 위한 끊임 없는 노력은 저도 이 두 예술가들에게서 무척 닮고 싶은 점입니다.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1. 정확함과 속주로 유명한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하이페츠의 버젼: https://youtu.be/vPcnGrie__M
2.  꽃미남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빗 가렛이 연기한 영화 < 파가니니 > 중 오케스트라 반주가 붙은 버젼:
https://youtu.be/YCsVEsQlm7o

2015. 7. 18

< 뮤즈 > x 생상 < 동물의 사육제 중 수족관 >

얼마 전, 유명 기획사의 아이돌 가수 멤버 중 한명이 ‘여성은 축복받은 존재이다. 예술가에게 시를 쓰게 하고 가수가 노래를 부르게 하는 존재가 여자’라는 발언을 라디오에서 했다가  여성비하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며칠 후 아이돌 본인은 여성비하의 의미에서 한 발언이 아니라며 개인 SNS를 통해 해명을 했습니다. 제 생각에 이 가수는 ‘뮤즈’로서의 여성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를 훑어보다 보면 그의 생애와 예술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뮤즈들이 꼭 있습니다. 유명한 예를 들자면 조각가 로댕과 그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까미유 끌로델, 금빛의 화가라 불리는 클림트와 에밀리 플뢰게, 작곡가 슈만과 헌신적인 부인 클라라, 작곡가 말러의 바람둥이 아내 알마, 비틀즈의 존 레논과 일본 출신의 아티스트 오노 요코, 20세기의 슈퍼스타 앤디 워홀과 혜성처럼 나타난 여자 에디 세즈윅...


저에게 있어 ‘뮤즈’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흰 살결에 여리여리한 몸매를 가져 예술가로 하여금 보호 본능을 불러 일으키거나, 혹은 카르멘처럼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관능이 철철 흘러넘쳐 예술가 내면의 욕망을 자극하는 존재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내가 살면서 이제껏 보지 못하고 겪지 못했던 어떤 무언가’가 뮤즈로 인해 불러 일으켜진다고 생각합니다. 그 무언가는 곧 창작 활동의 원천이 되는 ‘영감’을 뜻합니다.
저도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는 사람으로써 영감이 쉽사리 찾아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이 영감이란 것이 한 번 왔다고 계속 내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의 배터리처럼 충전된 양을 다 쓰면 방전이 되어 오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드디어 다가오는가 싶더니 나를 슬쩍 건드리기만 하고 휙 뒤돌아 가버리는 사람과 밀당을 하는 고양이 같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저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이런 제가 될 수 있도록 한 저만의 ‘영감을 얻는 방법’들을 몇가지 소개해 드릴게요. 첫번째로는나 자신을 최대한 새로운 환경과 경험에 노출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사는 집, 자주 다니는 곳, 만나는 사람들이 비슷비슷한데 항상 새로운 환경과 경험에 노출되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정한 것이 ‘매일 다른 주제를 정해놓고 살기’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하루는 사람들의 옷차림과 옷 색깔을 그날의  주제로 정해서 하루종일 내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옷을 유심히 살펴보고, 또 하루는 그날 살에 닿는 바람이 어떤 느낌인지 최대한 집중해서 느껴보고, 또 다른 하루는 내가 다니는 길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유심히 맡아보고, 어떤 날은 어디서든 눈을 감고 지금 내가 있는 공간에서 몇가지 소리가 나는지 귀 기울여 보고.. 이렇게 오감을 번갈아 사용하며 내가 가진 감각과 감성을 최대한 풍부한 상태가 되도록 단련시키는 것이 저만의 ‘영감을 얻는 방법’입니다.


둘째, 나보다 이 세상을 먼저 살다간 위대한 예술가들의 전기를 읽거나 작품을 집중해서 감상하는 것도 앞으로의 창작을 위한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 요즘 활동하는 새로운 미술가나 음악가를 알게 되면 그 사람이 그린 그림들 혹은 음악들을 눈여겨 보곤 합니다. 요즘에는 포털 사이트,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서 가지 못할 곳이 없고 찾지 못할 사람이 없죠. 그래서 저는 인터넷이라는 급행열차를 이용하여 지구 건너편에 있는 아티스트의 세계를 방문하고 그 속을 탐험하는 기쁨을 종종 누리곤 합니다.
셋째, 예술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또래 친구들이나 선배 아티스트들을 만나서 그들이 보고 느끼는  세상, 그들이 정의하는 예술과 예술가로서의 역할, 지금 예술계가 돌아가는 사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이 세상 사람들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이 그들이 가진 생각과 감성도 모두 특색 있고 세상 인구수만큼나 다양하겠죠. 다른 이들의 다양한 개성과 색깔을 잠깐 들여다보고 좋은 아이디어나 사상을 참고하거나 내 인생 안에서 시도해보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이렇듯 저에게 있어 뮤즈라는 개념은 ‘어느날 갑자기 다가와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나의 감성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특정 인물’ 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일부러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해야하고, 나 자신을 어떤 새로운 환경에 데려다 놓는 수고를 감수하고라도 내 감성이 계속 깨어있고 그 깊이와 폭이 커질 수 있도록 이처럼 능동적인 노력을 하곤 합니다.
오늘의  주제 ‘뮤즈’와 어울리는 음악으로는 프랑스 출신의 음악가 생상의 < 동물의 사육제 중 수족관 >입니다. 생상은 < 동물의 사육제 > 를 가벼운 유희를 위해 작곡하였다고 합니다. 여러 동물의 이름을 딴 소제목들을 붙여놓고,  어떤 동물을 묘사했는지 음악만 듣고도 사람들이 알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그의 특징인 아름다운 멜로디와 음악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작곡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제일 유명한 < 백조 >라는 곡을 들으면 고즈넉한 강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우아한 백조의 모습이 그려지는가 하면, 이 곡 < 수족관 >을 들으면 새파랗고 심연을 알 수 없는 바다 속을 배경으로 햇빛에 반사되는 비닐을 반짝이며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 떼가 연상이 됩니다. < 수족관 >이라는 제목을 모르고 이 음악을 들으면 우리가 아는 동화책의 주인공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맨 처음으로 발을 들였을 때 주위에서 들렸을 법한 음악입니다. 처음 보는 꽃과 나무들이 울창한 마법의 숲 사이를 걸어가는 앨리스와 그 옆을 날아다니는 반짝이는 날개를 가진 나비들이 연상되기도 하는 신비로운 음악입니다.


오늘은 ‘뮤즈’에 대해 이야기를 해 드렸는데요, 지금까지 여러분의 인생에서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누구였는지, 그 사람을 뮤즈라고 할 수 있을지, 아직 만나지 못했다면 나만의 뮤즈는 어떤 모습과 성향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주제와 어울리는 음악:

< 생상-동물의 사육제 중 수족관 > https://youtu.be/u6RBf_j5Y7A

2015. 7. 19

< 사랑 > x 슈만 < 헌정 >

며칠 전, 저와 7년간의 학창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가 저를 만나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먼 걸음을 해 주었습니다. 3일동안 서울에 있었는데 그 동안 밀린 이야기도 하고, 맛집도 찾아가고, 8월에 있을 독주회 중 한 곡이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듀오 곡인데 그 리허설도 하고 알찬 나날들을 함께 보냈습니다.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시 10대로 돌아간 듯 유치한  말투와 행동이 다시 나오더라구요. 혹독하고 막막한 세상 속에 던져지기 전, 아무 걱정 없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즐거웠던 날들의 추억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다행히 제가 나이를 헛먹고 있는 건 아닌지 해가 갈수록 깨닫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그 깨달음 중 하나가 오랜 친구와의 깊은 우정, 연인과의 뜨거운 사랑, 가족간의 끈끈한 사랑이 우리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소중한 것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신의 축복이 함께한다면 우리의 삶 속에서 우정과 사랑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고, 이것들로 인해 어떤 힘든 상황에 빠지더라도 다시금 용기와 희망을 얻어 일어 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축복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평생을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삶을 보내겠죠. 인간은 날 때도, 갈 때도 혼자이기 때문에 철저히 외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과 건강하고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사랑과 우정을 실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몇날 며칠 밤을 새고 이야기해도 시간이 모자를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에 대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영화를 만드는 것일테죠. 개인의 감성과 경험에 따라 사랑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은 온 몸을 떨게 만들만큼 행복한 것이기도 하죠. 하지만 다른 이에게 사랑은 생각하기만 하면 아쉬움이 남고 눈물이 고이게도 할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강렬한 사랑의 기억들이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하고 성숙한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 만능 주의와, 무한 경쟁 속에서 남을 밟고 일어서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이 사회 속에서 나와 완전히 다른 성장배경을 가진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그 사람과 나의 시간과 경험을 나누며 교감한다는 것은 무척 소중하고 흔치 않은 경험입니다.
오늘의 주제 ‘사랑’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 드릴게요. 독일 출신의 작곡가 슈만의 < 헌정 >입니다. 슈만이 스승의 딸이었던 클라라와 결혼을 하기 전까지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드디어 결혼하게 된 전날 밤, 클라라에게 헌정한 가곡집입니다. 당시 활동하던 유명한 시인들의 시에 음악을 붙여 완성한 것인데 < 헌정 >은 그 중 첫째 곡으로 < 미르테의 꽃 >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낭만주의 음악 사조의 한가운데 있었던 슈만 음악의 특징은 틀에 박힌 것이 아닌 자유로운 형식을 갖는 것, 음악에 특정한 제목을 붙이고 그에 맞는 감정을 음악으로 하여금 불러 일으키고자 했던 것인데, 이 곡 < 헌정 >에서도 그러한 특징이 잘 나타납니다. 부인 클라라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을 가득 담아 만든 이 곡 < 헌정 >의 가사를 한 번 보실까요.

‘당신은 나의 영혼, 나의 심장
당신은 나의 환희, 나의 고통
당신은 나의 세계, 그 안에서 나는 살아갑니다.
나의 하늘인 당신, 그곳으로 나는 날아갑니다.
당신은 나의 무덤, 그속에 나는 슬픔을 영원히 묻어버렸습니다.
당신은 나의 휴식, 나의 평화, 나의 운명
당신의 사랑은 나의 인생을 가치있게 해줍니다.
당신은 나를 사랑으로 이끌어 나를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 헌정 >의 로맨틱한 가사를 읽으며 음악을 듣고 있자니 제가 다 마음이 벅차고 온 몸이 찌릿찌릿하네요. 몸과 마음을 다하는 사랑을 경험하고 또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남편에게 선물 받은 클라라가 부럽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이 음악을 들으시면서 자신이 겪었던, 혹은 자신이 꿈꾸는 진정한 사랑은 어떤 모습인지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주제와 어울리는 음악:
< 슈만-헌정 > https://youtu.be/WubobRDuyN4

2015. 7. 20

그림 < 마음 맛사지 > x 슈만 < 피아노 콰르텟 47-3악장 >

사람들에게 예술을 알리는 ‘예술 전도사’ 역할을 하고자 하는 저에게는 매일 매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전공인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습을 하느라, 머리를 쥐어짜가며 작곡을 하느라, ‘영감’님이 찾아 오시는 새벽마다 음악과 관련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느라 잠이 부족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잠이 부족하다보니 온 몸이 찌뿌둥하고 머리가 맑지 못한 날들이 가끔 찾아오곤 하는데요, 이럴때 저만의 회복법이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좋아하는 음악을 하루 종일 반복해서 듣기, 땀 흘리며 운동하기, 자연의 기를 받으며 산책하기,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 먹기, 모자란 잠 보충하기, 전신 맛사지 받기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맛사지가 몸과 마음의 피로를 푸는데에 제일인 것 같아요. 맛사지는 온 몸의 혈액순환을 도울뿐만 아니라 동양 의학적으로는 맛사지사와 기를 주고 받게 되어 맛사지 받는 사람의 부족한 기가 보충이 된다고 합니다. 또 살과 살이 닿을 때에 뇌에서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나와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고 하니 맛사지는 우리에게 정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주제 ‘맛사지’와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 드릴게요. < 슈만 - 피아노 사중주 OP.47  중 3악장 >입니다.  보통 사중주라 하면 2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이루어져 있는 현악사중주를 말하는데, 슈만은 흔하지 않은 피아노 사중주의 편성으로 이 아름다운 곡을 남겼습니다. 피아노 사중주의 구성은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이고, 이 곡은 네 악기의 균형이 흐트러짐 없이 잘 잡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저는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마음의 맛사지를 받는 듯 굳었던 마음이 다시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특히 곡 중간에 첼로가 나지막하게 멜로디를 읊조리고 바이올린이 옆에서 나긋나긋하게 주고 받는 부분이 나오는데요.(4분24초~끝까지)  이 부분을 들으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한 소녀가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어 집에 오자마자 할머니에게 달려가 투정을 부리는 장면. 할머니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손녀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토닥토닥 달래주는 이미지가 연상됩니다. 마음이 지친채로 이 곡을 들을때면 저는 꼭 이 부분에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음악이 제 마음을 어루만지며 위로 해주는 느낌이 든달까요.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고,  그래야 더 좋은 학교, 직장에 들어가 성공한 삶을 살게 된다고 배웁니다. 남들보다 더 잘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때때로 우리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있을 것이고 우리도 남에게서 상처를 받곤 합니다.  그런 상처들이 쌓이고 곪아 우리는 스트레스라는 무거운 짐을 얻게 되죠.  마음의 병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스트레스를 그때 그때 풀어주어야 합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드린 음악을 들으며 여러분들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음악이 내 주위를 감싸고 토닥토닥 위로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 슈만 - 피아노 사중주 OP.47  중 3악장 > https://youtu.be/qCvcLQotSik

2015. 7. 22

영화 <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보고 >

많은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 영화 중 하나로 꼽는  < 냉정과 열정 사이 >를 오랜만에 다시 보았습니다. 14년 전 영화인데도 아직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우리 인간은 다양한 생김새 만큼이나 다양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듯 하면서도 어느 한편으로는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고 있나 봅니다. 물론 일본의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탄탄한 내용 구성와 감성을 자극하는 배경음악도 그 유명세에 한 몫 하겠죠. 영화를 보면서 제일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습니다. 여주인공 아오이의 30번째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꼭대기에서 만나기로 한 10년 전 약속을 지킨 두 사람, 남녀 주인공이  마주치는 장면입니다. 숨막히게 아름다운 피렌체의 전경을 뒤로하고 선 남녀 주인공.
사람의 눈이 얼마나 많은 감정을 나타낼 수 있다고 하던가요. 기쁨, 슬픔, 애틋함, 놀라움, 안도감을 담은 복잡미묘한 두 쌍의 눈이 얽히고, 너무나 유명한 < 냉정과 열정사이 >의 주제 멜로디가 나오는 이 장면에서 저는 딱딱했던 마음이 맛사지를 받은 듯 말랑말랑해지는 ‘감동’을 경험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겁니다. 세상으로부터든 타인으로부터든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마음의 문을 단단히 걸어잠그고 있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이 사람이 내 감정을 아프게 할 사람인가 아닌가 경계부터 하게 되고, 대가 없는 선의는 의심부터 하고 보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죠. 감정의 핵심이 되는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부분이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있는데 그것을 꺼내 보이고 서로 교감하며 살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그 부분을 꼭꼭 숨기고 아파도 안아픈척, 여려도 강한척 연기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참 슬픈 일입니다. 제가 방금 말한 내 안쪽 깊숙이 숨어 있는 감정의 속살은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 내 안 깊은 곳에서 고이 간직해왔기에 어린아이처럼 맑고, 빛이 나며 또한 연약합니다. 이 부분은 ‘감동’이란 것을 겪을 때에만 비로소 방어벽을 허물고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감동’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크게 느끼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딱딱하게 설명할 수도 있지만 제 경우를 예를 들어 말해볼게요. 감동을 받으면 온 몸이 나른해지거나 혹은 반대로 저릿저릿해지죠. 추운 것도 아닌데 솜털이 바짝 서고요, 마음이 먹먹한게 멍든 것처럼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막혀있던 무언가가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분명 의도하지 않았는데 무언가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저절로 치밀어 올라오는 순간이 곧 감동을 받는 순간. 이런 순간은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소중한 것 같습니다.
저는 공감이 되고 작품성이 뛰어난 글, 그림, 음악, 영상을 접할 때 이런 감동의 순간을 종종 마주하곤 합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감동을 느끼는 순간은 다 다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감동으로 인해 마주하게 되는 감정의 속살의 모습도 다 다를 것이고요. 하지만 그것이 어떤 때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든 마음이 맛사지를 받는 듯 편안해지고 정화되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매끼 밥을 챙겨 먹고 힘을 내어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혹은 요즘 같은 찜통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삼계탕 같은 특별식을 챙겨 먹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특별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예술을 접하고 거기에서 오는 감동으로 인해 우리의 마음이 건강해지고 정화된다면 되도록이면 자주 예술을 접하면 좋지 않을까요? 재미있는 글로 , 아름다운 그림으로, 마음을 울리는 음악으로 여러분의 단단해진 마음의 빗장이 풀리고 위로와 재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되도록 커넥트아트가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영화 < 냉정과 열정 사이 > 주제곡 < The Whole nine yards >: https://youtu.be/pN8xvm5TrBA

2015. 8. 1

그림 < 파랑새 > x 거슈윈 < 랩소디 인 블루 >

며칠 전 블루문을 볼 수 있다고 해서 크게 기사가 났었죠. ‘블루문 (Blue moon)’이라고 하면 파란색 달을 뜻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블루문이란 달과 지구의 공전 주기가 달라서 2~3년마다 볼 수 있는 희귀한 현상으로 한 달 안에 두번째로 뜨는 보름달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Once in a blue moon이라는 영어 표현은 ‘흔하지 않은 일, 뜻하지 않은 행운’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한참 재즈를 좋아하던 20대 초반에 압구정의 유명한 재즈 바 ‘원스 인 어 블루문’에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칵테일 한 잔 시켜놓고 라이브 재즈를 듣고 있자면 그 어두침침한 조명과, 적당한 농도의 알코올과, 소울 넘치는 음악 이 3종 세트에 푹 빠져서 행복해하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의 주제 ‘블루’와 어울리는 그림을 소개해 드릴게요. 제목은 < 파랑새 >. 맑고 평화로운 느낌의 하늘색을 배경으로 하여 반짝거리는 곳, 꿈꾸는 곳을 향해 날아가는 자유로운 새들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파랑새라고 하면 행복이라는 단어를 같이 떠올리곤 합니다. 왜 그런가 조사해보니 ‘행복은 먼 곳이 아니라 우리의 가까이에 있다’라는 교훈을 주는 벨기에의 아동극에서 유래하여 ‘파랑새 = 행복’이라는 의미로 굳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블루’와 어울리는 곡으론 이 곡이 제격일 것 같네요!  미국 출신의 작곡가 거슈윈의 < 랩소디 인 블루 >. 클라리넷의 독주로 시작하는 자유롭고 유머러스한 느낌을 풍기는도입부는 정말 많이 들어보셨을겁니다. 클라리넷이 얼마나 뺀질뺀질하게 이 부분을 표현하는가에 따라 그 클라리네티스트의 역량을 알 수 있기도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듣다 보면 바바리 코트와 선글라스로 무장한 변태가 풋풋한 여고생들을 훔쳐보며 짓는 엉큼한 미소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아..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용어 설명을 간단히 하자면 ‘랩소디’란 형식이 자유롭고 관능적인 느낌의 환상곡을 뜻합니다. 또 ‘블루스’란 미국 남부의 흑인들 사이에서 시작된 ‘애가’로, 후에 미국에서 탄생한 재즈의 한 장르로 쓰이며 크게 유행했습니다. 재즈에서의 블루스는 밝고 행복한 느낌의 장조와 어둡고 우울한 단조 사이를 오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 랩소디 인 블루 >는 전반적으로 화려하고 톡 쏘는 느낌을 풍기는데 피아니스트의 뛰어난 테크닉이 요구되는 곡이기도 합니다. 또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 때문에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이 곡이 쓰이게 되면서 대중성 또한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커넥트 아트’라는 이름으로 이 홈페이지를 만들고 음악과 글, 그림을 결합시키는 작업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예술은 크고 깊은 저수지다. 그 저수지를 이루는 예술성과 영감이 어떤 배수로를 통해 배출되느냐에 따라 미술, 음악, 무용 등으로 그 장르가 나뉘는 것이다.’


오늘 소개해드린 거슈윈도 작곡 뿐만 아니라 피아노 연주와 그림에도 상당한 소질이 있었
다고 합니다.  또 재즈와 클래식이라는 두 장르를 결합하여 재즈 오페라 < 포기와 베스 >, 재즈 피아노 협주곡 < 랩소디 인 블루 >, 관현악곡 < 파리의 미국인 > 같은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고요. 남들과 다른 발상과 작업들로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거슈윈. 제가 정말 본받고 싶은 예술가의 모습입니다. 오늘은 자기 전에 거슈윈의 곡들을 반복해서 들으며 영감과 기를 팍팍 받아야 겠습니다.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거슈윈의 < 랩소디 인 블루 > https://youtu.be/qLTManObB40

2015. 8. 5

전시 < 모딜리아니 > x 그림 < 모딜리아니의 여자들 > x 유키 구라모토 < Ondine >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 모딜리아니 전 >에 다녀왔습니다. 모딜리아니는 자신만의 뚜렷하고 깊이 있는 예술세계를 가졌지만 생전에는 대중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화가, 그래서 가난에 찌든 삶과 건강상의 문제로 한창때인 30대 중반에 사망한 비운의 화가입니다. 여기까지만 봤을때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고흐랑 비슷한 점이 참 많습니다.
모딜리아니가 주로 활동한 곳이 당시 예술가들의 집결지인 파리의 몽파르나스 지역인데, 모딜리아니는 몽파르나스의 황태자라고 불릴만큼 잘생긴 외모로 인해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35년동안의 짧은 생애였지만 항상 사랑 받고 사랑하는 삶을 살았던 모딜리아니, 이 점이 제대로 된 사랑 한번 해보지 못하고 외로움에 찌들어 살다가 생을 마친 고흐와는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아름다운 꽃에는 항상 벌과 나비들이 모여들듯이 모딜리아니의 예술가적 분위기와 잘생긴 외모로 그의 곁에는 여자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모딜리아는 그 여성들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거나 영감을 얻었습니다. 모딜리아니는 여성뿐만 아니라 사람을 유난히 좋아한 탓에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의 주변 인물들을 그린 인물화라고 합니다.

모딜리아니 인물화들에는 형식적인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몬드형의 눈, 길고 뾰족한 코, 야무진 새빨간 입술, 타원형의 긴 얼굴, 사슴같이 긴 목, 삐딱하게 기운 얼굴 각도. 그 중에서도 눈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모딜리아니는 동공을 그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고 합니다. ‘눈은 그 사람의 내면으로 통하는 문이다. 내가 그 사람을 완벽히 알 수 없기에 눈동자를 그리지 않는다.’ 동공을 그리지 않아서 그림 속 모델의 감정과 깊이를 알 수 없기에 그의 인물화들은 더 신비로운 매력을 갖는 것 같습니다.
모딜리아니 전을 보고 난 후 집에 와서 그린 그림 < 모딜리아니의 여자들 > 입니다. 제가 모딜리아니 그림에서 제일 인상적이라 생각하는 눈과 코 부분을 따라 그려 보았습니다. 모딜리아니가 여성 모델을 앞에 두고 느꼈을 감정을, 각 모델로부터 캐치해낸 특징과 분위기를 그의 입장이 되어서 조금 더 깊이 느껴보고 싶어서 이 작품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작가들, 화가들, 작곡가들이 유명한 글, 그림, 음악 작품을 필사하는 이유가 저와 같은 마음 때문이겠죠.  거장들의 작품을 필사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더 그 작가의 정신 세계를, 예술성을 알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 모딜리아니의 여자들 >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의 초상화 속 여자들은 꼭 다문 입술 때문인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 표정 떄문인지, 눈물방울을 연상시키는 긴 얼굴형 때문인지 왠지 슬퍼보입니다. 저마다의 사연, 특히 슬픈 사랑 이야기를 하나씩 품고 있을 것 같고요.

오늘의 음악으로는 일본 작곡가 < 유키 구라모토 -  Ondine >을 골라보았습니다. 저는 이 곡의 첫 전주만 들어도 눈물이 가득 차오른 눈을 가진 여인의 얼굴이 연상되었습니다. 맑고 깨끗한 강 앞에 서서 창백한 얼굴과 공허한 표정을 한 이 여인.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느라 긴 갈색 머리칼이 바람에 휘날려 얼굴을 뒤덮어도 깨닫지 못하는 듯합니다. 아마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떠올리는 것일 겁니다. 우울하고 슬픔에 잠긴 여인의 기분과는 상반되게 그녀 앞의 강물은 햇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고요. 투명하고 반짝이는 강물을 묘사하는 듯한 하프 소리와 꾹꾹 눌러 참고 있는 여인의 슬픔을 묘사하는 듯한 피아노의 소리가 잘 어우러지는 곡입니다.
아름답지만 슬픈 얼굴을 한 여인, 이루어지지 못한 비극적인 사랑, 모딜리아니의 짧지만 드라마틱했던 생애. 유키 구라모토의 < Ondine >을 들으며 이 모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밤입니다.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
< 유키 구라모토 -Ondine > https://youtu.be/foF3xoLIvfI

2015. 8. 6

크라이슬러 < 3개의 오래된 비엔나 춤곡들- 사랑의 기쁨, 사랑의 슬픔, 아름다운 로즈마린 >

크라이슬러(1875-1962)

크라이슬러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부유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크라이슬러.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무대를 돌아다니며 연주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바이올린을 잘 다를 줄 알았던 크라이슬러는 바이올린 음색과 음역의 특성을  잘 살린 곡들을 주로 작곡했습니다. 자신의 자작곡들을 직접 연주한 음원과 영상을 남김으로써 각각의 곡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후대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모범이 되는 크라이슬러.
수많은 명곡들이 있지만 아직도 많이 연주되고 여기저기에서 자주 들어보았을만한 곡 3개를 소개해 드릴게요. < 3개의 오래된 비엔나 춤곡들 3 Old Viennese Dances  >이라는 제목으로 묶인 3개의 연작인데요, 각 곡의 제목은 < 사랑의 기쁨 >, < 사랑의 슬픔 >, < 아름다운 로즈마린 >입니다.


< 사랑의 기쁨 >은 테마의 경쾌한 리듬과 멜로디가 특징인데요, 사랑에 빠져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는 주인공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이 유쾌한 테마가 반복해서 나옴으로써 듣는 이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집니다. 경쾌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곡이어서  그런지 사교 파티의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이곤 합니다.
< 사랑의 슬픔 >은 < 사랑의 기쁨 >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금방 이해하실 수 있을겁니다. < 사랑의 기쁨 >에 비해 더 차분하고 우울한 느낌의 리듬과 멜로디가 쓰였습니다. 이 곡에 이미지를 입혀본다면  사랑하는 이와 큰 다툼, 혹은 이별을 하고 난 후 허탈하고 공허한 얼굴을 한 주인공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제가 생각했을때 이 곡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중간 부분인데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때를 회상하며 미소를 짓는 듯한 부분이 짧게 나옵니다. 마치 쓴 한약을 다 마시고 입 속에 넣는 한 조각의 초콜릿 같은 느낌입니다.
세번째 곡인 < 아름다운 로즈마린 >. 제목에 노골적으로 쓰여진 ‘로즈마린’이 누구인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식물 로즈마린을 두고 작곡한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크라이슬러가 설마 허브를 예찬하며 < 아름다운 로즈마린 >이라는 곡을 지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곡은 < 사랑의 기쁨 >과 마찬가지로 밝고 경쾌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이 곡을 들을 때면 풍성한 머리칼을 흩날리며 왈츠를 추는 볼이 발그레한 소녀가 떠오릅니다.   


1900년대 초반에 활동한 세계적인 연주자로써 연주마다 관객들을 몰고 다녔다는 크라이슬러.  그는 1923년에 서울에서 연주회를 가진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주 활동을 했던 그가 연주에만 제한을 두었다면 오늘 소개해드린  < 사랑의 기쁨 >, < 사랑의 슬픔 >, < 아름다운 로즈마린 > 같이 아름다운 곡들을 들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작곡이라는 또 하나의 재능을 갈고 닦아 작곡가로서 멋지게 이름을 올린 크라이슬러. 그를 보며 저도 바이올린 연주 뿐 아니라 그림 실력과 작곡 실력을 계속 갈고 닦아 커넥트아트를 더욱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사랑의 기쁨 >: https://youtu.be/LWV2WFW0PVQ
< 사랑의 슬픔 >: https://youtu.be/jniNETA36Us
< 아름다운 로즈마린 >:
https://youtu.be/RTNeHzzF8i8

클래식 입문자들을 위한 < 모차르트의 음악 Top 5 >

모차르트만큼 다이내믹한 삶을 살았던 음악가가 또 있을까요?
영화 < 아마데우스 >에서 다룬 살리에르와의 라이벌 구조, 사치스러운 성향 때문에 말년에 겪었던 생활고, 36세 때 미스테리한 죽음으로도 유명한 모차르트. 그의 음악은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머릿속에서 작곡한 음악을 한 번에 옮겨 적었다는 천재성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600여곡 작곡했습니다. 모차르트의 여러 작품이 후대 작곡가들에게 작품의 기준이 되었고 그 중에서도 < 돈 지오반니 >, < 피가로의 결혼 > 등의 오페라는 음악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집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태교 음악으로도 유명합니다.  
뱃속의 태아는 3개월쯤 지나면 여러 감각이 발달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태교를 잘해야 아이의 뇌신경이 발달하여 지능이 발달한다고 해요. 모차르트의 음악이 태교 음악으로 많이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년 같이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그의 성격이 작품에 반영되어 대개 밝고 경쾌한 곡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사람이 제일 편안함과 유쾌함을 느낄 수 있는 리듬과 멜로디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모차르트 이펙트’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1. ‘아, 어머니 들어주세요’ 주제에 따른 12개의 변주곡 
‘반짝반짝 작은 별’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아마 10명 중 8명은 그 멜로디와 가사를 끝까지 기억해낼 겁니다. 앗,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에겐 ‘ABC송’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네요. 이 곡의 원래 제목은 ‘아, 어머니 들어주세요’로 모차르트가 1778년 프랑스 파리 여행을 하면서 들었던 민요의 멜로디를 주제로 하여 12개의 변주곡을 붙인 겁니다. 이 민요는 한 소녀가 짝사랑의 설레임과 괴로움에 대하여 어머니께 하소연하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참 성숙한 소녀였나봐요.
 https://youtu.be/MYSk2r9YqeU

2. 교향곡 40번 
모차르트는 교향곡을 41개 작곡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교향곡 40번’은 모차르트 특유의 독창성과 기존의 관습을 벗어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1악장의 도입부를 들어볼까요. 우중충한 하늘 아래 넘실대는 파도를 연상시키는 멜로디가 들립니다. 작은 파도들이 모여 크고 거친 파도가 됩니다. 이 곡의 주제 멜로디는 듣는 이로 하여금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모차르트가 살았을 당시의 교향곡은 대개 느리고 웅장한 도입부로 시작하는데 모차르트는 과감하게 그 관습을 깨뜨린거죠. 이 파격적이고 드라마틱한 음악을 같이 감상해볼까요?
https://youtu.be/9nYirSCbGqw

3. 세레나데 13번 K.525 <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직 >
이 곡은 클래식을 정말 모르는 사람이라도 여기저기서 들어봤을 법한 곡입니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직’이라고도 불리는데 해석하면 ‘작은 밤의 음악(소야곡)’이 됩니다.
이 곡은 바이올린1, 바이올린2,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이렇게 흔하지 않은 현악5부 편성으로 작곡이 되었어요. 비슷한 듯 다른 각 악기의 음색을 구별하면서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보통 1악장의 멜로디만 익숙한데 전 악장 모두 감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CNRQ-DW7064

4.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 
모차르트는 오페라 작곡에도 그 천재성을 발휘했습니다. 대표적인 오페라로 ‘마술피리’, ‘코지 판 투테’, ‘피가로의 결혼’, ‘돈 지오반니’ 등이 있습니다.
‘마술피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왕자는 밤의 여왕의 부탁으로 마술피리를 받아들고 납치된 공주를 구하러 갑니다. 여왕의 얘기만 들었을때는 공주를 가둔 남자가 나쁜 사람인줄 알았는데, 막상 성에 도착해보니 여왕이 악역이고 공주를 데리고 있는 남자는 정의로운 철학자였습니다. 왕자는 그 철학자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새 사냥꾼 파파게노와 함께 여러 수행과 시험을 통과하고 결국 밤의 여왕의 세계는 무너집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고음들을 연달아 내는 멜로디로 유명한 이 곡은 밤의 여왕이 자신의 딸에게 철학자 자라스트로를 죽이라고 명령하는 가사를 갖고 있습니다. ‘지옥의 복수가 내 가슴에 끓어 넘치고 내 둘레에 죽음과 절망이 타오른다. 자라스트로가 네 손에 의해 죽음의 고통을 맛보지 않는 한, 너는 이미 내 딸이 아니다.’ 가사를 알고 들으니 정말 오싹하네요!
 https://youtu.be/YuBeBjqKSGQ

5. 바이올린 소나타 K.304 
모차르트는 어머니와 각별한 관계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모차르트가 워낙 어렸을 때부터 유럽 각지로 연주여행을 다녔던 터라 어머니의 도움과 보살핌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모차르트가 22세 때, 어머니와 단 둘이 파리로 떠난 연주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안정된 일자리를 찾으러 간 파리였지만 궁정음악가라는 직업도, 파리에서의 연주회도 불확실해진 최악의 상황에서 엎친 데에 덮친 격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십니다. 이 시기에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 K.304’는 그의 36개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유일한 단조로 우울하고 느린 멜로디를 가졌습니다.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진 모차르트의 괴로움이 담긴 1악장, 좋았던 추억을 회상하며 앞으로의 희망과 행복을 기도하는 2악장을 음악을 들으며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1악장: https://youtu.be/N6QdgS7rlSs
2악장: https://youtu.be/OXIZE8jwVRo



모차르트의 색, 핫핑크
제가 그린 그림 중 모차르트와 어울리는 그림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저에게 모차르트는 핑크색으로 다가옵니다. 그냥 핑크도 아니고 쨍한 채도를 가진 핫핑크.
그만의 순수하면서도 개성넘치는 음악 세계, 통통 튀는 언행, 권력이나 사회적 통념에 얽매이지 않았던 삶의 방식과 참 어울리는 색인 것 같아요.

  2017. 3. 23    

클래식 입문자들을 위한 < 베토벤의 음악 Top 5 >

우리가 잘 아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에 대하여 흥미로운 말이 있습니다.
"바흐는 신을 노래하고
모차르트는 인간을 노래하고
베토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노래한다."


음악가들의 음악가 
몇몇 톱스타들에게는 '연예인들의 연예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습니다. 다른 이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실력과 경력,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에게 붙는 말이죠. 이런 이들은 후배들에게 큰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베토벤은 '음악가들의 음악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악한 성장배경과 음악인에게는 치명적인 청각 장애를 이겨내고 실력으로 인정받고, 아직까지도 클래식 세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음악가 베토벤
1789~94년 프랑스 혁명 이후 귀족은 무너지고 시민계급이 성장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음악 세계에도 큰 변화를 일으킵니다. 음악가는 더 이상 왕족이나 귀족에게 고용되어 주문된 곡, 그들의 취향에 맞는 곡만을 작곡하지 않고 작곡가 자신의 철학과 취향에 맞는 곡을 작곡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음악계에서는 < 낭만주의 > 사조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왕족, 귀족의 굴레를 벗어났다고 해도 일반 대중들이 좋아하고 유행에 따르는 곡이 곧 돈이 되었습니다. 작곡가도 사람인데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작곡가들은 자신이 작곡하고 싶은 곡 vs 대중이 좋아하는, 돈이 되는 곡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베토벤은 생계 걱정 없이 자신이 작곡하고 싶은 곡들을 마음껏 작곡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작곡가 중 한명이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음악인은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낮은 신분의 악사,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불안한 직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베토벤은 예외적으로 ‘예술 그 자체’로 여겨졌고, 당대 사람들에게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았습니다. 


1. 바이올린 소나타 9번 < 크로이처 Kreutzer >
문학과 음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작곡가들이 시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곡을 붙이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클래식 곡을 듣고 영감을 받아 작품을 쓰는 작가들도 있죠.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톨스토이(1828-1910)는 베토벤의 < 크로이처 소나타 >를 듣고 동명의 소설을 썼습니다. 금욕과 성적 절제라는 청교도적 신념에 따라 살았던 톨스토이 개인의 가치관이 들어간 작품이기도 합니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남편과 다툼이 잦았던 아내.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그녀는 한 파티장에서 미남 바이올리니스트와 베토벤의 < 크로이처 소나타 >를 연주합니다. 그 둘의 이중주를 들으며 치밀어오르는 남편은 결국 아내를 칼로 찌르고 도망칩니다. 그리고 기차에서 만난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며 베토벤의 음악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합니다.
브레이크 없는 기차처럼 격렬하게 내달리는 이 곡의 도입부를 듣고 있자면 소설 속 남편이 느끼는 격렬한 감정, 애증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그들은 ‘크로이처 소나타’를 연주 했습니다. 처음 나오는 프레스토를 아세요? 이 소나타는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음악이 영혼을 고양시킨다는 건 헛소리이고 거짓말입니다. 음악은 영혼을 자극할 따름입니다. 에너지와 감정을 끌어올려 파멸로 이어지게 합니다." 
-톨스토이의 소설 < 크로이처 소나타 > 중-
*Gidon Kremer 바이올린, Martha Argerich 피아노
https://youtu.be/ZsZWhZuf-fc


2. 현악사중주 11번 < 세리오소 Serioso >
유명한 클래식 곡들은 대개 후대 사람들에 의해 별명이 붙여지고 불립니다. 우리가 흔히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운명 교향곡’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듯이요. 하지만 이는 베토벤이 직접 붙인 제목이 아니므로 정확한 제목으로 불러주는 것이 맞습니다.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1번은 예외적으로 베토벤이 직접 < 세리오소 >라는 제목을 붙였다는 점에서 다른 곡들과 차별됩니다. ‘엄숙, 성실’이라는 뜻이죠.
하이든, 모차르트의 계보를 이어 ‘현악사중주’라는 장르의 틀을 다지고 발전시킨 베토벤. 하지만 왜인지 이 곡을 작곡하고 난 후 10년 동안 현악사중주를 작곡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곡은 베토벤 중기의 작곡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곡 중에 하나로 꼽힙니다.
클래식은 가사가 있는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오히려 나만의 상상력으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음악이 클래식입니다. 저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각각의 악기소리로 가상의 상황과 인물을 그려보곤 합니다. 비슷한 듯 다른 네 명의 사람이 모여 격렬한 토론을 하는 듯한 < 세리오소 > 1악장을 예로 들어볼까요.
제1 바이올린은 주장이 강한 중년 남자, 제2 바이올린은 중간에서 분위기를 매끄럽게 만드는 여자, 비올라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불만이 많지만 소심해 계속 중얼거리기만 하는 중년 남자, 첼로는 약삭빨라서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박쥐같은 젊은 남자. 이런 식으로요. 연주 동영상을 감상하면서 여러분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세요.
*Alban Berg Quartet 연주
https://youtu.be/vZ2-_6747qQ

3. 피아노 협주곡 5번 < 황제 Emperor >
피아노 협주곡 5번 < 황제 >는 베토벤의 생활이 궁핍하던 때에 그를 후원해 주던 루돌프 대공에게 바쳐진 곡입니다. < 황제 >라는 제목은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도 아니고 우리가 흔히 연결시키는 나폴레옹과도 관련 없는 곡입니다. 웅장하고 화려한 곡의 성격 때문에 나중에 붙여진 별명이죠.
베토벤은 작곡가이기 이전에 그 자신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기에 그의 피아노 협주곡들은 큰 완성도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 황제 >의 2악장은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가 자신의 장례식에 써달라며 직접 선곡한 곡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생의 마지막에 울려 퍼지는 음악으로 이 곡을 골랐다는 것은 그만큼 편안하고 성스러운 느낌을 주어서가 아닐까요? 걱정 근심 다 내려놓고 떠난 따뜻한 휴양지의 바닷물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을 주는 2악장, 아래 동영상의 20분 47초부터 연주되니 꼭 들어보세요.
*Alfred Brendel 피아노, Merek Janowski 지휘, NHK symphony orchestra 연주
https://youtu.be/eiCi97J_OEk


4. < 에그몬트 서곡 > Op.84
저는 ‘에그몬트’라는 제목을 들을 때마다 왠지 달걀프라이가 생각나곤 합니다. 이놈의 식탐...ㅎㅎ
'에그몬트'는 실존 인물로 네덜란드가 스페인의 지배를 받고 있던 16세기, 네덜란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여러 전쟁에서 훈장까지 받은 역사적인 인물입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고전주의 작가인 괴테(1749~1832)가 이 인물에게서 영감을 받아서 희곡 < 에그몬트 >를 쓰고, 베토벤은 괴테의 < 에그몬트 >을 위한 동명의 서곡을 작곡했습니다.
베토벤은 '에그몬트 백작'의 영웅적인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웅장하고 비장한 도입부를 작곡합니다. 곡 전체에 걸쳐 고통에 맞서고자하는 한 인간의 강인한 의지가 느껴지는데, 이는 베토벤 자신의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Christian Thielemann 지휘, Wiener Philharmoniker 연주
https://youtu.be/mn7Ezv5qZOk


5. 교향곡 9번 < 합창 Choral >
베토벤의 곡 TOP 5, 마지막 곡입니다.
후대 작곡가들에게 ‘교향곡’이라는 장르의 절대적인 기준을 마련한 베토벤. 그 중에서도 교향곡 9번 < 합창 >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연말 혹은 연초에 많이 들리는 음악이기도 하죠.
문학에 대한 깊은 조예를 갖고 있었던 베토벤은 자유로운 표현력을 가진 ‘언어’가 ‘음악’과 만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당시에 ‘성악’과 ‘기악’의 결합은 오페라나 가곡 등의 장르에만 제한이 되어있었는데 베토벤은 교향곡까지 그 영역을 넓힌 것입니다.
괴테와 동시대에 활발히 활동했던 독일 작가 쉴러(1759~1805)의 송가 '환희에 붙여 An die Fraude'를 가사로 채택, 대규모의 합창 파트를 교향곡 9번의 4악장에 넣었습니다. ‘환희와 기쁨 속에서 하나 되는 인류에 대한 갈망’을 노래하는 합창을 듣고 있노라면 그 압도감과 성스러움에 온몸이 짜릿해지곤 합니다. 4악장 맨 끝 부분의 테마가 워낙 유명해서 그 부분만 친숙한 분들이 많으실텐데 이 기회에 전곡 다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Riccardo Muti 지휘, Chicago Symphony Orchestra 연주
https://youtu.be/rOjHhS5MtvA


베토벤의 색, 짙은 남색
저에게 베토벤은 짙은 남색의 이미지입니다. 바라보고 있자면 그 깊이를 알 수 없어 정신이 아득해지는 깊은 바다의 색. 또 신뢰감을 주는 단단한 색이기도 하여 베토벤의 삶과도 무척 어울립니다.
제가 그린 그림 중 베토벤과 어울리는 그림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해가 지고 어두워져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저녁, 거리를 걷다가 영감을 얻어 그렸습니다.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인 마음을 그린 그림으로 짙은 색들을 위주로 써서 비장함, 강한 의지 등을 표현해봤습니다.


2017. 4. 10

발렌타인 데이에 듣기 좋은 음악 - 1. 밀크 초콜릿

오늘은 발렌타인데이입니다. 연인 간에 달콤한 초콜릿과 더욱 달달한 사랑의 말을 속삭이는 날이죠. 저는 발렌타인데이하면 새하얀 카드, 새빨간 장미, 새까만 초콜릿이 떠오르는데요, 이런 극단적인 색의 조합 덕분에 이국적인 느낌과 로맨틱함이 더욱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발렌타인데이는 언제부터 생겼을까요? 여러 가지 설 중 하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가 다스리던 로마시대(AD 268-270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황제는 당시 원정출정을 떠나는 병사의 결혼을 법으로 금지했습니다. 결혼을 하고난 후 전장에 나가면 고향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돌아갈 생각에 전투에서 필사적으로 싸우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런 억지스러운 법 앞에서 사랑에 빠져 괴로워하는 젊은 남녀들을 안타깝게 여긴 발렌타인 신부가 커플들의 결혼을 허락, 주례를 서게 됩니다. 결국은 발각되어 사형되죠. 이 발렌타인 신부를 기념해서 생긴 날이 발렌타인데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하지만 발렌타인데이 때 으레 주고받는 초콜릿 교환 풍습은 일본 유명 초콜릿 회사의 상술이라고 합니다. 살짝 얄미운 상술이지만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 달콤한 고마움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날이 되었죠. 올해는 초콜릿뿐만 아니라 달콤쌉싸름한 음악들을 같이 선물하면 어떨까요?


< 1. 적당히 달콤한, 밀크 초콜릿 같은 음악 >
P.I.Tchaikovsky – Serenade for Strings Op.48 2nd mov.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사랑 음악으로 알려져있는 < 세레나데 >. 차이콥스키의 < 현을 위한 세레나데 >는 세레나데라는 장르 이름 때문에 과소평가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 곡은 수많은 차이콥스키의 곡들 중에서 가장 밝고 명랑한 곡으로, 평소 존경을 넘어 숭배하던 모차르트의 <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직 >을 의식적으로 모방하여 작곡한 곡입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즐겨듣는 왈츠풍의 2악장은 빈 왈츠의 우아함, 프랑스 발레의 화려함, 차이콥스키 특유의 섬세함이 결합되어 매력적인 맛을 냅니다.  
https://youtu.be/ZSGKRfEUqVk


Johannes Brahms – 6 Piano Pieces No.2 Op.118 ‘Intermezzo’ 
브람스의 피아노 소품곡 < 인터메조 >는 대부분 그의 말년, 여름 별장에서 쓰였습니다. 평생을 짝사랑하던 클라라 슈만에게 헌정한 곡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연을 알고 음악을 들으면 말년의 브람스가 삶의 무게를 내려놓은 듯한 여유, 넉넉한 성품, 닳고 닳아 이제는 무뎌진 고뇌와 슬픔 등이 느껴집니다.
https://youtu.be/lCeHuABa6qk



 Alexandr Borodin - String Quartet No.2 3rd mov. ‘Notturno’ 
보로딘은 많은 재능을 가진 사람입니다. 우선 대학 화학 교수, 육군 장교, 여성해방운동가였습니다. 틈틈이 아내의 간병도 해야했고요. 이 바쁜 와중에 작곡을 하려다 보니 ‘일요 작곡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또 특이한 점은 러시아 국민악파의 여느 작곡가와 달리 실내악에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관심 속에서 탄생한 < 현악사중주 2번 >은 보로딘이 20년 전, 사랑을 고백한 날을 기념하여 아내 예카테리나에게 헌정한 작품입니다. 요즘도 연주회에서 단독으로 연주되곤 하는 이 3악장은 사랑하는 아내와의 달콤한 대화를 묘사했다고 합니다. 보로딘, 러시아 1등 로맨티스트로 인정!
https://youtu.be/RKsCxvT8e8Y


L.v.Beethoven – Ich Liebe Dich (난 그대를 사랑해) 
이 곡은 무명시인 Karl Friedrich Herrosee의 시 < 부드러운 사랑 >에 베토벤이 선율을 붙인 곡으로 시에 나오는 구절을 그대로 제목으로 붙였습니다. 괴로움 앞에서 서로를 아끼고 보듬어주자는 내용을 한국식으로 바꾸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 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당신만을 사랑하겠소.’
가사:
그대를 사랑합니다.
당신이 날 사랑하는 것처럼.
아침이나 저녁이나.
지금까지 우리의 고통을 같이 나누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이 고통들 또한, 우리가 서로 나누어 쉽게 이겨낼 수 있었지요.
당신은 나의 괴로움을 달래주고
당신의 탄식에, 비탄에 나는 눈물을 흘립니다.
우리 서로를 아끼고 보호하도록 해요.
서로를 아끼고 지켜주도록 해요.
우리, 우리 서로를 아껴주도록 해요.  

https://youtu.be/YXtbCEnIF-0

2018. 2. 14

발렌타인 데이에 듣기 좋은 음악 - 2. 다크 초콜릿

< 2. 뒷맛이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 같은 음악 >

Robert Schumann – Piano quartet op.47 3rd mov. 
피아노 사중주 곡이지만 바이올린과 첼로의 대화가 유난히 인상적인 악장입니다. 로맨틱하긴 하지만 차고 넘치지 않게 일부러 수위를 조절하는 느낌이 들어서일까요, 아쉬운 마음을 숨긴 채 헤어지는 연인이 떠오릅니다. 

https://youtu.be/iMon9gA7Ngk

Clara Schumann – 3 Romanzen Op.22 1st mov. 
19세기 독일 최고의 여류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슈만. 지금은 ‘로베르트의 아내 클라라’라고 불리지만, 당대에는 남편보다도 훨씬 더 유명해 오히려 ‘클라라의 남편 로베르트’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클라라는 남편 로베르트처럼 바이올린 혹은 오보에, 피아노를 위한 < 3개의 로망스 >를 작곡했습니다. 여느 곡처럼 서서히 끓어오르지 않고 처음부터 충분히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시작하기에 몰입감이 높은 곡입니다. 

https://youtu.be/_heQ8xdvzhk

 Cecile Chaminade – 6 Etudes de Concert Op.35 No.2 ‘Autumn’ 
세실 샤미나드는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이름입니다. 세실 샤미나드는 프랑스 출신의 여류 작곡가, 피아니스트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쳐서 상업적 성공과 명성을 얻게 됩니다. 덕분에 후에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죠.
이 곡은 < 가을 >이라는 제목처럼 놀라우리만큼 부드럽다가도 한 순간 거칠게 몰아치기에 가을바람을 온 몸으로 맞는 느낌이 듭니다. 

https://youtu.be/n2-_ZRi7HNg

2018. 2. 14

발렌타인 데이에 듣기 좋은 음악 - 3. 화이트 초콜릿

< 3. 달아도 너무 달아, 화이트 초콜릿 같은 음악 >

Franz Liszt – Nocturnes No.3 ‘Liebestraum’ (사랑의 꿈)
낭만적인 피아노 음악의 극치를 달리는 이 곡은 리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들어봤을 곡입니다. 독일 시인 프라이리그라트의 서정시 < 오, 사랑이여 –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에 리스트가 선율을 붙여 < 테너 혹은 소프라노를 위한 3개의 독창곡 >으로 출판되었다가, 후에 리스트가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한 곡입니다. 가사 없이도 작곡가가 말하고자 하는 감정을 절절히 느낄 수 있기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젊은 날의 사랑을 회상하게 하는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어떤 노인이든지 다시 젊어질 수 있다.’라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https://youtu.be/qH08xIe4e2I

Claude Debussy – Beau Soir L.6 (아름다운 저녁)
가사만 읽어도 어떤 풍경을, 어떤 감정으로 묘사했는지 훅 느껴지는 곡 입니다. 아아 인생무상~
가사:
태양은 지고 강물은 연분홍,
포근한 잔물결이 밀밭 위를 달릴 때,
행복하라는 충고가 사방에서 들리는 듯하다.
올라오는 불안한 마음을 향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매력을 다 누리라는 충고.
저녁이 아름답고, 우리가 젊은 동안에.
우리는 마치 이 물결처럼 언젠가 떠날 것이므로.
물결은 바다로, 우리는 무덤으로.

https://youtu.be/gk0kSlOOnJg

Sergei Rachmaninoff – Symphony No.2 3rd mov.
러시아의 모스크바 음악원을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한 청년 라흐마니노프는 25세에 < 심포니 1번 >을 초연합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과 세상에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을 가득 안고 말이죠. 하지만 기대는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술에 취한 지휘자, 모스크바 출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지역에서 연주를 한 탓에 연주의 질이 무척 낮았다고 합니다. 세상의 비아냥과 혹평에 충격을 받은 라흐마니노프는 신경쇠약에 걸려 3년 동안 아무 곡도 쓰지 못합니다. 이후 최면요법으로 상처를 극복하고 < 피아노 협주곡 2번 >, < 심포니 2번 > 등의 대작들을 쏟아냅니다.
이 < 심포니 2번의 3악장 >은 클라리넷의 포근한 독주로도 유명한데요, 듣고 있으면 하얗고 두꺼운 솜이불을 덮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https://youtu.be/59cLZSkkjPA

Erik Satie – Je Te Veux (난 너를 원해)
한겨울 모닥불처럼 이글거리는 마음을 드러낸 직설적인 가사가 특징인 에릭 사티의 를 들려드리면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맛깔나는 재즈 버전으로 편곡한 이 곡을 들으며 ‘풍성한 머리칼’과 ‘마력의 눈동자’를 가진 매력적인 여인을 상상해볼까요.
가사:
금빛 천사여, 도취된 열매여, 마력의 눈동자여.
나에게 그대 몸을 맡기세요. 난 그대를 원해요.
그대는 반드시 내 것이 될거에요.
나에게 와서 내 고독을 돌봐주세요. 나의 여인이여.
우리는 최고의 행복을 맞을거에요. 그 순간을 기다리기 어렵군요.
그대를 동경합니다.
우아하게 반짝이는 당신의 풍성한 머리는 후광을 받아 빛나고,
나의 마음이 그대 마음에, 그대 입술이 나의 입술이 되어, 그대 눈이 나의 몸에,
나의 몸이 모두 그대의 것이 된다면 얼마나 근사하겠어요.
그래요. 그대 눈동자에는 거룩한 약속이 빛나고 있어요.
사랑스러운 그대는 나의 입맞춤을 두려워하진 않을거에요.
영원히 타는 것 같은 사랑의 불길 안에서, 황홀한 사랑의 꿈속에서,
우리들의 영혼은 하나가 되겠죠.

https://youtu.be/Uy1UVFdWNxw

2018. 2. 14

삼일절에 듣기 좋은 음악 - 이 시대의 영웅들을 위하여

삼일절에 듣기 좋은 음악 Top 5

오늘은 삼일절입니다. 1919년 3월 1일, 일본의 식민통치에 반발하는 한국인들의 독립의지를 전 세계에 알린 날이죠. 1949년부터는 국경일로 지정되어 나라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독립운동가들, 조상들을 추모, 애도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국가보훈처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14,329명 중의 독립운동가 중 여성 독립운동가의 비율은 272명으로 남성에 비해 적은 비율이긴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 독립운동에는 남녀의 구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독립운동가’라는 단어를 들으면 김구, 안중근 등 남성 독립운동가의 얼굴만을 떠올립니다. 유관순 열사 외에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조차 잘 알지 못합니다.
272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들 중 생애와 활동 기록이 남은 분들이 무척 적습니다. 그녀들은 독립운동뿐만 아니라 자녀 양육, 시부모 봉양, 가사노동, 농사일을 병행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임시정부의 살림을 도맡고, 독립군의 군복을 만들고, 군수품을 운반하는 등 지원 위주의 일을 했던 분들은 기록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영웅’,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영어에서조차 남성형은 Hero, 여성형 Heroine으로 구분되어 영웅의 ‘기본형’은 남성으로 셋팅되어 있습니다.  미미하게 기록되었거나 기록되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가들도 그렇고, 요즘 큰 물결을 이루고 있는 미투운동(성폭력 고발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사람들도 그렇고, 얼마 전에 폐막한 평창 동계올림픽에 42%라는 역대 최대비율로 참여했던 여성 국가대표 선수들도 그렇고 현 시대의 영웅들에게 바치고 싶은 곡들을 골라봤습니다.



 
F. Chopin - Polonaise No.6 ‘Heroic’
쇼팽이 창작의 절정기였던 시기에 작곡한 곡으로 폴란드 춤곡의 특성을 띄는 폴로네즈 중 한 곡입니다. 이 곡의 부제인 ‘영웅’은 당시 쇼팽의 연인이었던 조르주 상드가 이 곡을 듣고 감상을 적은 편지 내용에서 유래하여 붙여졌습니다.
"The inspiration! The force! The vigour! There is no doubt that such a spirit must be present in the French Revolution. From now on this polonaise should be a symbol, a heroic symbol.
이 곡의 강렬한 힘과 인상은 프랑스 대혁명을 연상시킨다. 이 폴로네즈는 영웅적 음악의 상징이 될 것이다."

https://youtu.be/d3IKMiv8AHw



 L.v.Beethoven - Symphony No.3 ‘Eroica’
베토벤은 프랑스혁명으로 혼란에 빠진 프랑스를 일으켜 세운 나폴레옹에 대한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완성될 곡을 나폴레옹에게 헌정할 생각을 갖고 교향곡 3번 작곡에 착수합니다. 하지만 1804년, 스스로 황제로 즉위해 독재정치를 시작하려는 나폴레옹의 소식을 듣고 크게 실망해 

“그도 역시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 이외의 모든 인간 위에 올라서서 독재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라고 소리칩니다. 그리고는 당시 악보 표지에 적혀있던 < 보나파르트 교향곡 >을 쫙쫙 지워버리고 곡의 제목을 이렇게 바꿔 버립니다. < 영웅 교향곡- 한 위대한 인물을 추념하기 위해 >.
https://youtu.be/EVxXslROXm8



F. Liszt - 12 Etudes D’execution Transcendante  No.7 ‘Eroica’
원래 < 연습곡 >은 기본적인 테크닉을 연마하기 위한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리스트는 대규모의 콘서트홀에서 수 많은 청중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 12개의 초절기교 연습곡 >를 사용했습니다.
15세인 1826년에 작곡했지만 수많은 개정을 거친 후 1852년에야 각 작품 하나하나에 특성에 걸맞는 부제를 붙이게 됩니다. ‘스토리텔링을 담은 연습곡’이라는 독특한 분야를 개척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 7번 > ‘영웅’은 헝가리풍의 음악으로 기개 넘치는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https://youtu.be/kD4T-rNklsY?t=24m21s



 C. Saint-Saens - Marche Heroique Op.34
우리는 흔히 ‘영웅적인 분위기의 행진곡’이라고 하면 영국 작곡가 엘가의 < 위풍당당 행진곡 >을 떠올립니다. 이번 기회에 새로운 곡을 접해보시면 어떨까 싶어서 생상의 < 영웅 행진곡 >을 골라봤습니다.
이 곡은 생상이 친구이자 동료 작곡가였던 Henri Regnault이 보불전쟁에서 사망한 것을 기리고자 작곡한 그의 첫 번째 교향시입니다. 이러한 탄생 배경이 있지만 추모의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친구의 고귀함, 영웅적인 모습,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듯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https://youtu.be/HxChUYHbm-s



 안익태 - Korea Fantasy
1936년 < 애국가 >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님은 1940년 경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 한국 판타지 >를 작곡합니다. 태곳적 우리민족 탄생, 유구한 역사, 일제에 저항하여 결국 광복을 이룬다는 긴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살면서 민족 독립을 염원했던 마음이 듬뿍 들어가 있는 곡입니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은 애국가의 멜로디와 ‘만세’라는 가사가 힘차게 반복되며 뭉클한 분위기를 자아내니 꼭 끝까지 들어보세요.
https://youtu.be/ttigjnTo97Y



 +보너스 Lee Che-Yi < Busan Fantasy >
중국의 여성 현대음악 작곡가인 Lee Che-Yi가 작곡한 < 부산 판타지- 바이올린과 해금을 위한 이중협주곡 >입니다. 한국인이 아닌 작곡가가 부산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는 점, 중간 중간 들리는 익숙한 아리랑의 멜로디, 해금과 바이올린의 오묘한 결합, 안익태의 < 한국 판타지 >와 달리 현대음악 기법을 사용했다는 점 등이 두루두루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곡입니다.
1악장: https://youtu.be/CDej2WP7-nc
2악장: https://youtu.be/onZnUzm5H9Y
3악장: 
https://youtu.be/k1pMbZWNbLw


2018. 3. 1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 Top 5

 저번 주에는 한여름 장마처럼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활짝 핀 장미 꽃잎에 예쁘게 맺히는 부슬비가 내리네요.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피아노 음악들을 골라봤습니다. 피아노라는 악기가 가진 매력 중 한 가지가 두껍고 단단한 소리부터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소리까지 낼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물’이라는 요소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것 같습니다.
고소한 라떼 한 잔 마시며 유리창에 제멋대로 흔적을 남기는 비를 바라보며 아래 음악들을 들으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F. Chopin – Prelude No.15 Op.28 ‘Raindrop’
프렐류드 15번은 ‘빗방울 전주곡’이라고 많이 알려져있지만 이는 쇼팽이 직접 붙인 제목이 아닙니다. 쇼팽이 비 오는 날 외출한 연인을 걱정하며 작곡했다는 비화 때문이기도 하고, 왼손의 반복되는 스타카토가 무심하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연상케 하여 이런 부제가 붙었습니다.
https://youtu.be/tmXjrkdQatw



 E. Satie – Gymnopedie No.2
사티의 ‘3개의 짐노페디’ 중 1번은 TV 광고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이는 음악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침대 광고였던 것 같습니다. 요람이 느릿느릿 흔들리는 듯 유아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는 음악이죠. 1번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2번 또한 들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Lent Et Triste(슬픈 듯 느리게)’라는 빠르기 표기가 되어있기에 사티가 작곡 당시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상상의 여지 또한 남기는 곡입니다.
https://youtu.be/tCjhxNBHU0A



 M. Ravel – Jeux D’Eau
사람의 이름도 그렇고, 회사 이름도 그렇고, 하다못해 즐겨먹는 과자 이름도 그렇고 이름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이름, 직관적인 이름, 상상하게 만드는 이름을 만들어 붙이는 것은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라벨은 제목을 참 잘 짓는 작곡가인 것 같습니다. ‘물의 희롱’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곡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으로 장난기 가득한 물의 요정이 스위스의 어느 호숫가에서 제멋대로 뛰어노는 장면이 상상됩니다.
https://youtu.be/J_36x1_LKgg



 C. Debussy – Estampes L.100 3악장 ‘Jardins Sous La Pluie’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드뷔시는 ‘아침에 내리는 비’, ‘물의 반영’, ‘바다’ 등 유난히 물과 관련된 곡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빗속의 정원’이라는 이 곡의 회화적인 제목은 곡을 듣기도 전에 우리의 머릿속에 뚜렷한 이미지를 그려줍니다. 이 곡 속에 묘사된 비는 이전 곡들과는 다르게 직선적이고 다소 거친 느낌입니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줄기를 맞고 있는 초록이가득한 정원이 상상되는 곡입니다.
https://youtu.be/AXssC-jXS78



 L. Janacek – In the mist
체코 출신의 3대 작곡가라고 하면 드보르작, 스메타나, 야나첵을 꼽을 수 있습니다.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현악사중주 ‘아메리카’ 등으로 유명한 드보르작과 달리 야나첵은 작품 수가 많지 않기도 하고, 유명한 작품도 적어 한국에서 연주가 거의 안 되는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안개 속에서’라는 곡은 야나첵의 딸이 죽고, 그의 오페라의 연주가 계속해서 거절되는 등 심적 고통을 당하던 시기에 작곡된 곡입니다. 5-6개의 플랫이 붙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는 작품으로 야나첵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https://youtu.be/_lFekGwREs4



 +보너스
비 내리는 소리 ASMR

늦은 밤, 고요 속에서 책을 읽을 때 종종 틀어놓는 ASMR(백색소음) 음원입니다. 많은 종류의 ASMR이 있지만 비 내리는 소리는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마음의 때가 씻기는 듯한 묘한 쾌감도 있고요.
https://youtu.be/j9nhecEWMuE


 2018. 5. 22